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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속담말ㅆ·미]거적문 드나들던 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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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방에 들어오면서 문 닫는 걸 깜박하면 어른들이 “꼬리 아직 덜 들어왔냐?” 그러셨지요. 먼 옛날에도 문 닫고 들어오는 것을 잊으면 ‘거적문 드나들던 버릇’이냐며 문 안 닫고 다니는 나쁜 버릇을 일찍부터 엄하게 단속했습니다. 거적을 달아 내린 거적문은 드리워진 것을 들추고 지나가면 저절로 내려와 닫히니 신경 써 닫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리고 거적문은 주로 거지들이 움막 문으로 쳤지요. 그러니 이는 곧 거지 같은 습관이라는 것입니다.

요즘 웬만한 건물 현관문은 활짝 밀어젖히지만 않으면 용수철 힘으로 저절로 닫힙니다. 하지만 드나드는 사람 중에는 어깨로 쿵 밀쳐 여는 이들도 있습니다. 차가운 손잡이를 잡기 싫어서, 짐이 있어서, 아니면 손도 까딱하기 싫어서겠죠. 그러다보면 간혹 문이 저만치 젖혀져 손발 닿기 애매한 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제대로 닫는 그 0.5초가 귀찮아 그대로 가버립니다. 냉난방이며 시선과 소음의 차단은 짧은 머뭇거림으로 그냥 끝입니다. 아이들은 대개 눈앞에만 열중하느라 뒤를 돌아보지 못합니다. 이 놀이 저 놀이로 치우지 않은 채 계속 어지르기 마련이고요. 하지만 ‘애들이 다 그렇지’ 하고 받아주는 건 어릴 때뿐, 커서도 뒤가 어수선하면 빈축에 암묵적 저평가만 삽니다. 올챙이 같은 애들이라면 몰라도 다 큰 사람한테 흘리고 다닐 꼬리란 없어야겠지요.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 하듯 야무진 사람은 가는 길마다 소홀히 매듭짓지 않습니다. 고작 문 하나 닫는 거라지만 일과 관계를 잘 마무르는 사람은 거적문까지도 잘 여미고 다니는 사람일 것입니다. 귀찮은 뒤끝 남기는 사람은 환영받지 못하겠죠. 어디서든 인정받는 사람은 사소한 행동과 습관조차 남다르기 마련입니다. 사소하고 다 큰 버릇을 잡아줄 어른은 이제 오로지 자신뿐입니다. 끝이 좋아야 다 좋습니다.

<김승용 | <우리말 절대지식>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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