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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사설] '6월 개헌', 연기든 강행이든 끝장토론이라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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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로 구성한 2기 국회 헌법개정ㆍ정치개혁 특위(개헌ㆍ정개특위)가 출범한 15일 자유한국당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 관제개헌 저지 및 국민개헌 선포' 기자회견을 가졌다. 문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6월 지방선거ㆍ개헌투표 동시 실시 방침을 확인하고 국회가 3월까지 개헌안을 발의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주도해 개헌안을 만들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발이다. 이 같은 한국당의 태도는 '정치 태업'과 다름없다. 한국당은 2기 특위 첫 회의에서도 대통령 비판에 집중한 채 대국민 약속은 잊고 여야 합의만 요구하는 등 무책임 행태로 일관했다.

한국당의 계산과 주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동시 실시할 경우 이른바 '정권 심판론'의 초점이 흐려져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개헌의 핵심인 분권형 대통령제 등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여야 이견을 두 달 안에 푼다는 게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유불리 얘기는 설득력이 없고, 누차 지적했듯, 개헌은 의지의 문제이지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지난 1년 개헌특위에 개헌자문위까지 운영하며 쟁점을 정리해왔으니 국가 백년대계 차원의 결단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어제 신년회견에서 "대통령이 나설 필요가 없도록 (6월 동시 실시에 맞춰) 국회가 개헌 논의를 완결해야 한다"며 "낡고 퇴색한 구체제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새로운 100년의 토대를 만들려면 '포괄적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0대 국회가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개헌안 발의조차 못한다면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밥값 하라"는 원색적 경고도 날렸다. 국회가 국민적 공감대을 찾아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고 줄곧 밝혀온 우리는 정 의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국당은 문대통령이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공식 제안하며 개헌 시간표를 못 박은 것에 대해 '선전포고' 운운하지만 명백히 과한 반응이다.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여권 입장이 정리된 만큼 2기 개헌ㆍ정개특위 출범을 계기로 한국당도 서둘러 당론을 정해 당당하게 협상하는 게 옳다. 여야가 성실히 협의하다 보면 서로의 속셈이 충돌해, 한국당 말대로 개헌 시기를 지방선거 이후로 늦추거나, 문 대통령 말대로 분권과 권력구조를 나누는 쪼개기 개헌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정치권의 이런 노력이 있어야 국민도 약속 파기 사유를 수용하고 1,000억원대의 추가 비용을 양해할 수 있다. 그때까지 정부도 여론만 믿고 섣불리 나서는 일은 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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