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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매경 단독인터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해도 기업경영 간섭하는 일 없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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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에게 듣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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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와 국회 누구도 말을 꺼내기 꺼리다 보니 폭탄이 계속 뒤로 넘어왔습니다. 이제 제가 총대를 메고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공론화시켜 나가겠습니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인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 12일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에서 매일경제와 단독 인터뷰하면서 "20년째 9%에 묶여 있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의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지금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30년 이후 보험료를 한꺼번에 2배로 올려야 하는 재앙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시행됐던 '제3차 국민연금 재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현재(2017년 10월 기준) 618조원의 적립금이 쌓여 있는 국민연금은 2060년에 고갈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보험료를 내는 가입자는 줄어드는데 65세 이상 수급자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의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정부는 '연금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 중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급 비율)을 지속적으로 낮춰왔다. 하지만 더욱 본질적인 보험료율 문제는 건드리지 못했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보험료율은 1988년 기준소득월액의 3%에서 1993년 6%, 1998년 9%(근로자 4.5%·사업자 4.5%)로 오른 이후 20년째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민연금과 관련해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는 무엇인가.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회복해야 한다. 국민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 한 어떤 제도 개편도 소용 없다. 국민의 불신은 첫째, 국민연금이 2060년 소진돼 미래 연금을 타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과 둘째, 본인들이 낸 보험료가 제대로 운영되는지에 대한 불신이다. 내가 조심스럽게 국가의 연금 지급보장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두 번째 불신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중심에 국민연금이 있었고, 그로 인해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이 모두 구속됐다. 청와대―보건복지부 장관―기금운용본부장으로 이어지는 외압이 문제였다. 외부로부터 오는 부당한 압력을 배제하는 것이 안정적 기금 운용의 필수적 요소라고 생각한다. 일단 CEO인 내가 외부로부터 오는 압력을 막는 역할을 할 것이다. CEO 자신부터 이런 저런 요구를 기금운용본부에 하지 않음으로써 기금운용본부의 독립성을 확보해줄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이 있는가.

▷국민연금 기금 운용의 거버넌스가 좀 더 국민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해야 한다. 현재 기금 운용 관련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구성원 20명 중 6명이 정부 측 인사다. 거버넌스의 정부 측 입김이 너무 강하다. 기금위의 정부 측 비중을 낮추고, 실제 가입자 즉 연금보험료를 납부하고 연금으로 노후생활하는 가입자들의 대표로 기금위를 채워야 한다.

매일경제

―거버넌스 개편은 언제쯤 완성되나.

▷내 뜻대로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가급적이면 상반기 내에 합의 가능한 안을 만들고 하반기에는 적용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현 정부와 가까운 사이라 독립성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이란 지적이 있는데.

▷문재인정부는 기본적으로 '리버럴' 정부다. 간섭받는 거 싫어하고 본인도 남의 일에 관여하는 것을 싫어하는 게 리버럴의 특징이다. 난 윗사람들의 말을 잘 안 듣는다. 문 대통령이 나를 국민연금공단의 이사장으로 임명한 것 역시 내가 국민연금을 외풍으로부터 막아낼 수 있는 적격자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계획으로 인해 재계가 경영 간섭을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금 사회주의'라는 지적도 있다.

▷기우다.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통해서 기업을 통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취지는.

▷기업 내부의 스캔들, 경영권 다툼, 총수 일가에 의한 과도한 지분 등 기업 위기요인으로 인한 주가폭락 등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게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 취지다. 결국 주주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조치다. 주인이자 주주인 국민을 섬기는 '집사'인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주주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가장 자본주의적이고 실용적인 고민을 담은 것이다. 연금 사회주의가 아닌 '연금 자본주의'라고 부르는 게 맞는다고 본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함께 도입할 예정인 사회책임투자가 연기금 수익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공적연금인 GPIF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후 2016년 1년 만에 일본 주식시장 가치가 40% 이상 올랐다. 한국은 기업 실적도 좋고 유망한데, 실제로는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돼 있지 않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서라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스튜어드십 코드와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연구용역이 지난해 말 마무리됐다. 이후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연구용역은 끝났으나 이를 정책화한다고 하면 향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2월께 최종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연구용역은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한 참고자료일 뿐이다. 최종 결정은 활발한 토론을 거쳐 기금위에서 결정할 것이다.

―보험료율 인상을 포함해 지금 말씀해주신 것 중 상당수가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다.

▷그래서 이렇게 계속 화두를 던지는 것이다. 그 누구도 머리 아픈 문제에 손을 대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런데 국민연금공단 입장에선 다 문제가 있는 사안들이다. 개선을 해야 된다. 우리마저도 침묵하면 5년이고 10년이고 계속 이대로 가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서 온 것이다.

―최근 국민연금의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뿐 아니라 가입연령 연장 등의 말씀도 해오고 계신다.

▷재정추계상 연금이 고갈되는 2060년이면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90세가 된다. 그러면 최대 30년간 보험료를 납입하고, 이후 25년 동안 연금을 타 가는 것이다. 현재의 제도로는 절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보험료율도 그렇지만, 중간 소득공백기를 없애주거나 최소화시켜주는 게 맞는다.

CIO는 독립·전문성 최우선…선임 서두르지 않겠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은 600조원이 넘는 기금을 굴리는 금융시장의 '큰손 중 큰손'이다. 일각에서는 기금운용본부장을 '자본시장의 대통령'이라고 부를 정도다. 그런 막중한 자리가 역대 최장 기간 동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기금운용본부장이 사표를 낸 이후 6개월간 공석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올해 봄이 오기 전에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이 선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CIO 선임 절차에 앞서 기금운용과 관련해 시스템 개편을 우선 순위로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기금운용본부장이 계속 공석이다.

▷월가에서 아무리 뛰어난 사람을 데려온다고 해도 지금 한국적 현실에서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우려가 있다. 기금 운용과 관련된 시스템 개편 작업의 기본적인 방향과 틀을 잡은 다음에 CIO가 와서 자기 책임 아래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차원에서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갖고 제대로 된 사람을 뽑자는 생각이다.

―그럼 언제쯤 CIO 윤곽이 드러나나.

▷아직 CIO 선임이 첫 단계인 기금이사추천위윈회도 구성되지 않았다. 시간이 좀 필요하다. 특히 최종 후보군이 정해진다고 바로 CIO가 확정되기도 힘들다. 내가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올 때 검증 등 채용과정에 3개월이 걸렸다. 600조원 자금 운용이라는 큰 책무를 해야 하는 CIO는 도덕성 검증 등을 더 철저히 해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면 신임 CIO 선정에 최소 3개월 이상은 걸린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과거에 CIO 지원자가 많았는데.

▷시장에서 하마평은 많은데 임명권자인 나도 모르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아직까지 CIO 후보와 관련해 결정된 사안은 아무것도 없다. 일각에서는 외국에서 CIO를 영입하자는 이야기도 있지만 현재 연봉 등 조건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힘든 여건인 만큼 CIO로 오려면 국민 노후를 위해 애국을 한다는 자세로 와야 할 것 같다.

―취임사에서 중기·벤처기업 육성을 이야기했다.

▷중기·벤처기업 육성은 문재인정부의 5개년 계획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그림이 있는 것은 아니고 문재인정부의 철학을 공유한다는 입장에서 국민연금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겠다는 취지다. 개인적으로 대기업 일변도의 투자만 갖고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계획은.

▷사실 벤처 투자는 새로운 게 아니다. 국민연금은 2002년부터 벤처 투자를 해오고 있다. 최근 3년간을 보면 2015년에 1450억원, 2016년에 2580억원, 2017년에 35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조금 더 많은 금액을 벤처에 투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수익률도 괜찮다. 벤처투자가 리스크가 큰 만큼 수익률도 높은 편이다.

■ <용어 설명>

▷ 스튜어드십 코드 : 연기금이나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 지침을 말한다. 큰 저택이나 집안일을 맡아 보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기관들도 고객 재산을 선량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뜻에서 생겨난 용어다.

■ He is…

△1964년 전라북도 전주 출생 △1982년 전주고 졸업 △1988년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1989년 시민행동 21 뉴미디어센터 소장 △1990년 한누리컴퓨터 창업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만드는 국민참여운동 전라북도본부 사무처장 △2006·2010~2012년 전북도의회 의원 △2012~2016년 제19대 국회의원(전주 덕진구) △2014~2016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2017년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 단장,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손일선 기자 / 연규욱 기자 / 사진 =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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