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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車 빅3·아마존·홀푸드 투자 잇달아…일자리 15만개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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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신년기획 기업사랑 나라사랑 / 부활하는 美 러스트벨트 ◆

매일경제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 시내 인근 이스턴마켓의 한 낡은 공장. 미국 빅3 자동차회사 중 한 곳인 GM의 메리 배라 회장이 이 공장에 설치된 대형 픽업트럭 쉐보레 실버라도 신모델 앞에 등장했다. 배라 회장은 실버라도에 대한 설명을 마친 뒤 "2019년에 운전대와 페달, 브레이크, 기어 등이 없는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출시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계획대로 완전자율주행에 가까운 차량을 내놓는다면 세계 자동차회사 중 GM이 가장 빠르다.

디트로이트의 맹주로 통하는 GM이 세계 5대 자동차 전시회 중 하나인 디트로이트 모터쇼 개막 전날인 13일 버려진 공장이 줄지어 있는 이스턴마켓을 신제품 발표 장소로 택한 것도 나름 의미 있는 이벤트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이후 러스트벨트(미 북동부 지역의 오래된 공단 지역)의 부활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GM은 영업이익률을 2016년 5.7%에서 지난해 상반기엔 7.4%로 대폭 증가시켰다. 그만큼 일자리도 많이 늘렸다.

주 정부는 '빅3' 기업을 살리기 위해 기존 근로자와 신규 입사자의 급여체계를 달리하는 '이중 임금제'가 적용되도록 힘도 써줬다. 또 노조 가입을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할 수 있도록 법개정도 이뤘다. 정부는 또한 GM에 495억달러를 포함해 자동차업계에만 8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며 이들의 회생 노력에 숨통을 틔워줬다. 특히 이중 임금제 적용은 기업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조기 회생의 원동력이 됐다고 주 정부는 평가한다.

일자리를 늘리는 데에 자동차기업만 앞장서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9월 아마존은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에서 북쪽으로 50여 ㎞ 떨어진 셸비 타운십에 대형 창고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문을 열 예정인 이곳에서는 1000명가량이 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곳은 아마존이 미시간주에 벌써 세 번째 짓는 창고다. 기존에 지어진 2개의 창고에서는 각각 1200여 명과 200여 명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났다.

아마존을 유치하기 위해 미시간 주정부는 적극적인 세제지원 혜택 등을 내놓았다. 이러한 지원보다 일자리 창출로 인해 생겨나는 부가가치가 더 크다는 것이 미시간 주정부의 판단이다. 이미 가동에 들어간 창고 2곳의 경우 인근 집값이 요동치고, 멀리서 채용된 사람들은 출퇴근용 차량을 구입하고 소비도 늘리면서 정부 세수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투자→일자리→소비→세금→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재생 프로젝트도 디트로이트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연방정부와 시가 최근 3년간 1만여 채의 집을 철거해 이곳을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이 지역 출신으로 모기지 회사인 퀴큰론스를 이끌고 있는 댄 길버트 회장도 최근 5년간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해 도심의 빈 건물 100여 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는 이 건물을 스타트업 기업들에 저렴하게 빌려주거나 유명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면서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퀴큰론스 본사 건물에 마이크로소프트 지사가 들어와 있을 정도다.

도시가 활기를 띠면서 집값도 오르고 있다. 이미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을 중심으로 50개 블록의 건물은 모두 주인이 바뀌어 개발만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폐허가 된 창고가 줄줄이 늘어서 있던 리버 지역도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아파트와 대형 주차장, 어린이 놀이시설까지 들어서며 지역 경제를 바꿔놓고 있다. 이 지역에서 19년째 사업을 하고 있는 브라이언 킴 JSM오토모티브 대표는 "방 1개 있는 이 지역 아파트의 월 렌트비가 최근 10% 이상 올라 800달러를 넘었다"며 "다운타운 인근에 새로 직장을 잡는 사람이 늘면서 렌트비는 계속 오를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운타운의 인구가 늘면서 식당 상점 호텔 등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에는 유기농 제품만 취급해 고급 슈퍼로 불리는 '홀푸드'도 다운타운 한복판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만난 폴라 그림 씨는 "지난 2~3년간 가족과 함께 갈 수 있는 대형 슈퍼가 6~7곳이나 새로 생겼다"며 "다운타운 부동산 가격도 지난 5년간 3배가량 뛴 것 같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 시민들은 오는 20일 출범 1주년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대해 만족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대통령 경선 때 그에 대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 곳도 제조업이 쇠퇴하기 시작한 '러스트벨트' 지역이다. 특히 미국 빅3뿐 아니라 도요타와 폭스바겐, 현대차 등 해외 자동차업체들을 윽박질러가며 미국에 투자하도록 하는 트럼프의 모습에 환호를 보내는 사람이 상당수다. 미시간 주정부가 대학, 연구소 등과 함께 추진해 2016년 문을 연 세계 최초 자율주행도시인 'M-City'와 같은 앞선 정책도 일자리 창출의 일등 공신이다. 부동산업을 하는 이언 보워스 씨는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첨단 기업들도 속속 이곳으로 오고 있다"며 "트럼프 시대에 디트로이트가 과거의 영광을 찾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디트로이트 =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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