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8 (화)

현송월의 '협상 이미지' 전략, 2015년 중국 때와는 달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공산주의 정치의 주요 축 하나는 ‘프로파겐다(propaganda)’이다. 이 선전 과정의 핵심 중 하나가 ‘시각적 이미지’. 이걸 가장 잘 통제하는 곳 중 하나가 북한이다. 전직 북한 정보 당국자는 “북한은 김정은의 사진 촬영을 혁명 활동이라고 여길 만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사진 정치나 우상화의 일환”이라고 했다. 공식 행사에 나오는 ‘김정은의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사진에 찍히는가도 당연히 ‘‘연출’과 ‘통제’의 대상이다.

15일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 접촉에 등장한 현송월 모란봉악단장(사진)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모란봉악단은 ‘북한판 걸그룹’으로, 김정은이 직접 챙기는 ‘친솔(親率)’ 이다.

조선일보

1999년 이후 현송월의 이미지 변화. /이은경 디자이너


◆ 현송월, 세련되고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 표현

이날 현송월 단장은 감색 정장을 입고 눈에는 진한 아이라인을 그렸다. 입술은 옅은 핑크색 립스틱을 누드톤으로 바른 모습. 앞머리는 오른 쪽으로 자연스레 젖혀두고 뒷부분은 반만 묶고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스타일로 연출했다.

그간 공개된 현송월 사진을 보면 헤어 스타일이 대부분 이마를 드러낸 모습이었지만, 이번 실무접촉 현장에는 앞머리를 내려 차분함을 강조했다.

이날 사진을 보면, 2015년 사진과는 이미지가 다소 달라보인다.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김지영씨는 “현송월의 패션은 세련되고 당당한 느낌을 준다”며 “커리어우먼처럼 자신감 있고 배짱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식”이라고 말했다.

2009년에 탈북한 탈북자 김모씨(33)는 “현송월의 화장은 연하지만 세련된 느낌”이라며 “북한 사람들이 선호하는 빨간 입술이나 진한 눈썹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어 “듬직하고 리더십있는 장군 이미지를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대형연예기획사 임원은 “공식 석상의 기본인 단호한 짙은 컬러를 선택했다. 여기에 목이 노출되는 라운드 넥 디자인, 꽃 장식으로 온화한 매력을 풍기고 있고 웨이브가 있는 헤어 스타일로 부드러운 인상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단정하고 카리스마”라는 표현도 썼다.

조선일보

15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에 현송월 관현악단장이 참석하고 있다. 평양음대를 나온 현송월은 김정일 시대의 대표적인 예술 단체 보천보전자악단 성악 가수로 활약했다. '준마처녀'란 노래로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나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40대로 알려져 있다. /통일부 제공


◆ 리설주 단발 스타일 유행에도 장발 고수하는 현송월 ‘왜?’

현송월의 모습은 최근 북한에서 인기를 끄는 ‘리설주 스타일’과는 확연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

평창 동계올림픽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에 참석한 현송월 모란봉악단장(좌)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부인 리설주(오른쪽) /연합뉴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탈북자 김모씨는 “리설주는 최근에 김일성의 부인인 김정숙과 비슷한 이미지를 꾸미고 있다”며 “북한에서는 현송월보다는 리설주의 패션이나 분위기가 더욱 인기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젊은 여성들에게 리설주와 같은 단발만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리설주 스타일 따라하기가 유행하면서 노동당 간부 부인들 사이에서 단발이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예술인'은 머리를 기를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도 있다. 현송월의 헤어 스타일은 어깨 아래로 내려오는 긴 머리. 북한 전문가들은 현송월의 긴 머리를 ‘리설주와의 라이벌 의식’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지난 2007년에 탈북한 조모씨는 “현송월은 긴 머리를 통해 고위급 간부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리설주는 단발머리를 고수해 백두혈통 이미지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현송월과 리설주의 이미지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며 “리설주는 1인자의 부인으로서 권력을, 현송월은 고위급간부·예술인로서 리더십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김일성 부인 김정숙 닮은 리설주. 지난 15일 평양의 동평양대극장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함께 러시아 관현악단 공연을 관람하는부인 리설주의 모습(사진 왼쪽). 1949년 9월 22일 사망한 오른쪽 사진의 김일성 부인 김정숙과 많이 닮았다. /조선중앙TV, 노동신문


[안소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