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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공매도와 전쟁 선포 후 6년, 승기잡은 셀트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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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이전상장 결정후 수급개선, 문재인 케어-실적 기대감에 박스 상단 뚫어…대차잔고 39% 감소]

머니투데이

"소액주주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 투기적 공매도 세력과 싸우려고 합니다."

2011년 11월 '공매도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6년 여만에 승기를 잡았다. 공매도 단골 종목인 셀트리온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등해 '공매도에 대한 가장 좋은 복수는 주가 상승'이라는 공식을 보여줬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미리 팔고 특정 시점에 주식을 사들여 갚는 투자기법이다. 매도 이후 주식을 사서 팔기 때문에 하락장에서 수익이 난다. 사실상 외국계 및 기관투자자에게만 허용된 데다 하락장에서 유리한 특성상 개미들의 투자심리를 냉각시키는 특징이 있다.

서 회장이 전쟁을 선포한 것도 번번이 주가 상승국면에서 고개를 드는 공매도 때문이다. 경영권 확보를 위해 일정 비율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대주주는 주가 등락에 민감하지 않지만 단기 자금을 굴리는 소액투자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셀트리온 주가는 2005년 상장 이후 2014년까지 5만원 이하에서 맴돌았고, 2015년 3월 5만원을 돌파한 이후에도 10만원대 주가에 안착하는데 2년여가 더 걸렸다.

신제품 출시까지 단계별 실험과 당국 허가, 부작용 등 루머가 잦은 제약업계 특성과 외인 지분비중이 높은 셀트리온 종목 성격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공매도가 주가 상승 국면에서 발목을 잡았다. 그사이 서 회장과 셀트리온은 공매도 대응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입,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로 약식기소 되기도 했다.

공매도와의 지루한 싸움은 결국 지난해 소액주주들의 코스피 이전상장 요구로 이어졌다. 코스피 200지수 편입 시 의무적으로 발생하는 기관·외국인 의무 보유 물량이 수급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란 근거에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9월 말 추석 연휴를 앞두고 코스피 이전상장을 확정했다. 코스피 이전상장으로 수급 안전판이 확보됐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주가는 박스권을 돌파했다.

이후 집권 2년차 정부의 '문재인 케어' 기대감과 신약 출시 등 호재가 가세하며 주가는 30만원선을 뚫었다. 15일 종가는 35만원. 이전 상장을 결정한 지난해 9월29일 종가 14만2000원에서 146% 상승했다.

물론 셀트리온에서 공매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공매도에 따른 수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증권업계 해석이다. 되레 공매도 물량을 갚기 위한 외국인 매수세도 나타났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셀트리온이 코스피 이전상장을 결정한 날부터 이달 12일까지 외국계 투자자는 셀트리온 주식 1조82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는데, 공매도 물량을 갚기 위한 주식 매수세(숏 커버링)가 상당 부분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외국계 순매수세 유입으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공매도가 줄어드는 선순환 고리도 만들어졌다. 같은 기간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대차잔고 역시 2594만여주에서 1574만여주로 39.3% 감소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전 상장 결정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되고 있는데 상당부분 숏커버링 물량이 포함됐다"며 "셀트리온의 경우 이익 증가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좋은데도 공매도 주문을 냈던 투자자들이 자승자박에 처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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