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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레이더A] 아세안의 이웃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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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12년 말 재등판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선택한 첫 해외 방문국은 '최고 동맹국'인 미국이 아니었다. 아베 총리는 취임 직후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를 찾았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아베 총리는 제일 먼저 미국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는데 미국 측 일정이 꼬였다. 전(前) 정권인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가 중·일 간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국유화를 단행하면서 일본 기업들이 중국의 경제 보복에 시달리는 등 중·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미국과 중국을 빼고 첫 방문지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선택했다.

그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취임 직후 11개월 만에 아세안 회원국 10개국을 모두 돌았다. 총리가 아세안을 누비니 대사들도 바쁘게 뛰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은 일본과 아세안이 신(新)밀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2013년 말 총리 관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세안은 일본 사람들을 고향에 간 기분이 들도록 대해준다." 아세안이 일본의 이웃이 됐다는 뜻이다.

사실 아세안에서 일본은 밉상이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아세안 주요 국가들을 침략했고, 1970년대 고도성장기에 일본 기업들이 아세안에 물밀듯이 진출하자 자카르타와 방콕 등에선 '경제 침략'을 비난하는 반일 시위가 벌어졌다.

매일경제

크게 당황한 일본은 1977년 8월 후쿠다 다케오 당시 총리가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후쿠다 독트린'을 내놨다. 당시만 해도 일본이 경제 수준이 열악한 아세안과 평등한 관계를 강조한 대목이 파격적이었고 양측 관계의 전환점이 됐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는 지난해 부친이 선언한 '후쿠다 독트린' 40주년 기념식에서 아세안 정부 관계자들을 향해 "우리는 진정한 친구가 됐다"고 했다. 실제 아세안은 이제 일본을 대체로 좋은 나라로 인식한다. 여기엔 일본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이 컸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은 아세안을 이웃이라고 부르기엔 다소 먼 사이라는 평가가 많다. 우리부터 아세안이라고 하면 관광지나 외국인 새댁을 떠올리거나 심지어 아시아를 수식하는 '형용사'로 오해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단편적이다.

한국 정부는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 6개국의 대사를 교체했다. 아세안 대사도 새로 임명했다. 큰 폭의 인사가 단행된 셈이다. 이달 말이면 새로운 대사들이 모두 현지 대사관에 부임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對)아세안 외교 정책인 신남방정책을 발표하며 재임 기간 중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방문하겠다고 했다. 신남방정책 실행의 원년인 올해 아세안 대사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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