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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공유경제와 도시] (16) 공유경제는 세상에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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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는 세상에 도움이 될까? 이 질문은 수많은 학자가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물결을 직면할 때 묻는 질문이다. 지리학과 컴퓨터를 전공한 학자 역시 같은 궁금증을 가졌다. 이들은 공유경제의 범위를 좁혀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에어비앤비라는 공유경제는 누구에게 이익을 줄까?”

이 질문은 영국 런던대(UCL) 지리학과의 지오바니 쿼트런(Giovanni Quattrone)을 비롯한 지리·컴퓨터과학과 소속의 저자 5명이 2016년 발표한 논문 제목이기도 하다. 이들은 논문에서 런던 전체의 에어비앤비 데이터를 모아 언제 어떻게 리스팅(숙소)이 어떤 방식으로 늘어나는지를 조사했다.

2012년 3월∼2015년 6월 런던에 있는 1만4639명의 호스트(빈방을 빌려주는 사람), 1만7825개의 리스팅, 22만75명의 게스트 리뷰 등 데이터를 바탕으로 1㎢ 크기의 격자 규모로 지리 정보를 쪼갰고, 각 격자에 따라 연령대나 교육 정도 같은 사회적 요소도 함께 분석했다.

세계일보

결과는 어땠을까? 시간에 따른 변화 양상을 살펴보니 2012년 에어비앤비는 먼저 도시 중심지에 파고들었다. 에어비앤비 도입 초기의 호스트는 주로 젊고, 인종적으로도 다양한 거주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의 중심지에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들은 고용과 반비례하는 양상을 보여 학생들로 추정됐다.

2013년 2단계로 접어들면서 에어비앤비는 반드시 젊고 기술 친화적인 이들이 있는 곳에만 등장하지 않게 된다. 2014~15년에는 2013년의 트렌드가 지속되면서도 특히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은 수입이 적고 임차인이 많은 지역에서 에어비앤비 리스팅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에어비앤비는 경제적으로 곤란한 이들을 돕는다는 사실을 얘기해준다.

요약하면 초기에는 에어비앤비가 도시 중심지에 쏠리는 경향을 보이지만, 해가 갈수록 그 경향성이 옅어지고 주변부로 퍼지기 시작했다. 점점 부수입을 필요로 하는 호스트가 늘어났다. 개인을 연결해주는 P2P 플랫폼이 등장한 뒤 소규모 공급자 역시 얼마든지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소규모 자영업자가 무수히 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이다.

대기업집단 한곳이 돈을 벌어 노동자에게 임금을 주더라도 잉여소득이 많이 남는다면 국가는 거기에 세금을 부과해 사회 재분배 효과를 기대한다. 그런데 대기업 대신 수많은 소규모 자영업자가 그 공급을 대체한다면 소득이 창출되는 단계에서부터 이미 분배 효과를 얻게 된다.

이것이 바로 경제민주화다. 에어비앤비가 항상 ‘관광의 민주화’(Democratizing Travel)을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더 많은 이들이 관광산업 성장의 혜택을 얻을 수 있게 한다는 게 에어비앤비의 주장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공유경제 등장 후 많은 연구자가 소비자 후생 효과가 큰지 여부를 따져왔다. 이처럼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경제체계가 도입돼 사회 전체적으로 이득이 될 것인지가 중요한 관심사다. 이는 사회가 공유경제를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단하는 관문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공유경제에 대한 경제학적 분석’ 보고서에서 같은 내용의 연구를 시작한다. 한국의 주요 경제학자 200명을 대상으로 공유경제의 확산이 소비자 또는 사회 전체적으로 이득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각각 94%, 93.5%가 ‘사회 후생 증진에 기여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설문조사) 응답 결과는 대부분의 경제학자 소비자 후생의 증가폭이 기존 공급자의 후생 감소폭과 사회적 비용의 합보다 크다고 예상한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미디어정책총괄 sungwon.eum@airbn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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