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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영상] "최저임금 그림의 떡"…절대복종 강요받는 미술계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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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서혜림 기자 = #A
갤러리에서 1년간 견습생활을 하며 경험을 쌓았던 A씨는 2016년의 경험을 잊지 못한다. 강남의 큰 갤러리에서 스카웃 제의가 와 가보니 업주측에선 근로계약서, 4대보험없이 주 5일 8시간 근무에 80만원을 제의했다. 더 황당했던 건 두 장의 서류였다. 서약서와 신원 및 재정보증서였고 각각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Δ항상 친절 겸손 Δ규칙과 지시명령을 준수 Δ화랑의 금품을 이용하지 말고 고객의 기밀사항을 유출하지 말 것

다음은 신원 및 재정보증서 내용 중 일부다.

Δ화랑에 폐를 끼침이 없도록 약정 Δ화랑이 법적조치를 취함에 있어서 귀화랑 소재지 관할법원으로 하는데 동의 Δ채무 불이행으로 인한 지연손해금은 시중은행 일반대출금리를 지불

결국 입사자의 태도불량을 문제삼아 손해배상을 청구해도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절대 갑의 계약서였다. A씨는 입사를 포기했다.

뉴스1

강남 P갤러리에서 인턴 면접 때 요구한 서약서 및 신원 보증서©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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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3만원 곱하기 17일 = 51만원'
아트페어 개최로 유명한 강남의 상업갤러리에서 일했던 B양이 받은 월급 봉투에 적힌 문구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했지만 일당 3만원이 그에게 돌아오는 전부였다. 예중 예고 예대를 졸업하고 3년간 큐레이터 보조일을 하며 전문 큐레이터 꿈을 꿨던 B양은 그날부로 꿈을 접었다. 아직도 해당 갤러리는 강남에서 아트페어를 주도하며 성업 중이다.

#C
"과연 급여만을 생각하시는 근로자가 성실한 근로의무를 이행할지는 사실 의문이고요."

근무조건을 문의하자 사업주가 답한 말이다. 전시 아카이빙 및 구인구직의 대표적인 사이트인 네오룩엔 지난달 근로조건을 명확히 게시하라는 예술인들과 이를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업주측의 다툼이 있었다. 그동안 급여를 미게시하고 고학력을 받으려는 미술계 사업주들(갤러리, 미술학원, 작가 어시스턴트 등) 중 몇몇은 이들의 요구에 왜 돈을 밝히느냐며 뻣뻣한 태도를 보였다. 심한 경우 급여 범위를 밝히라는 댓글에 "민사 소송을 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1월부터 최저임금이 인상됐지만 미술계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술계통의 노동자들이 지적한 관행은 Δ최저임금 위반 Δ근로계약서 미작성 Δ퇴직금 미지급 Δ4대보험 미가입 등이다.

갤러리에서 만 3년 코디네이터로 일한 김씨는 "근로계약서는 쓰지도 못했고 퇴직금조차 받지못했다"며 이는 다수 갤러리에서 일어나는 관행이라 지적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에 실시한 예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미술분야에서 활동하면서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는 자는 15%에 불과했고 다른 예술분야(평균 30%)에 비해서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졸업생은 늘어나는데 이를 받아줄 양질의 노동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점도 이같은 악질적인 고용구조를 배가시킨다. 2017 교육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생수(335367명) 중 예체능계열은 10%가 넘는 36073명이다. 이들 중 미술계열 졸업생들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직업은 아동미술학원 강사, 작가 어시스턴트, 인턴 큐레이터 등 대부분 영세한 사업장이며 근로기준법을 어기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일하는 당사자들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주장한다. 박소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디지털문화정책과 교수는 미술계 내에 유니온 형태의 활동이 거의 없음을 지적하며 예술계 내부에서 조합활동을 할 수 있게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야함을 주장했다. 김영민 청년유니온 정책팀장도 "현장에 일하는 당사자들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창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uhhyerim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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