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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국가기록물 관리에도 블랙리스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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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안전부 산하 TF, 15일 조사 결과 공개..."노무현 대통령 관련 논란 등에서 정치적 중립 훼손"도

아시아경제

세종시 소재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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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기록물 관리 분야에서도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정황이 제기됐다.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둘러 싼 대통령기록물 반출 논란, 10ㆍ4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반출, 대통령기록관 현판 교체 등의 과정에서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등 국가기록원의 전문성ㆍ중립성이 심각하게 침해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민간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관리혁신 테스크포스(TF)'는 15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TF에 따르면 2016년 5월 서울에서 열린 국제기록물총회(ICA)가 정치화되었다는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국가기록원에 기록관리 전문가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다는 의혹의 일단을 확인했다. TF는 그 근거로 박동훈 당시 국가기록원장이 '문제 위원 8개 위원회 20명'을 단계적으로 교체 추진하겠다는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보고한 2015년 3월26일자 '현안 보고' 문건을 제시했다. 한국 전문가(이상민 현 한국기록전문가협회장)가 국제기구인 국제기록기구회의(ICA) 동아시아 지부(EASTICA) 사무총장으로 선출되는 것을 저지했다는 내용의 같은해 10월 22일자 보고 문서도 함께 근거로 들었다.

TF는 "권한의 한계로 인하여 '문제 위원 8개 위원회 20명' 명단의 실재 여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이는 국가기록원에서 특정 인사를 차별ㆍ배제했음을 확인시켜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TF는 이와 함께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시절의 국가기록물 관리가 전문성ㆍ공정성을 상징한 채 정쟁의 도구로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2008년 당시 이른바 '봉하 기록물 무단 반출' 논란과 관련해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 등의 고발을 국가기록원이 아니라 실제론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주도했다는 증거 서류를 확보했다.

즉 당시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실은 2008년 7월21일 '대통령 기록물 무단 유출 사건 관련 증빙서류 송부'라는 공문을 통해 국가기록원으로 하여금 참여정부 총무비서관 등 10명을 고발하도록 지시하고 실질적인 준비를 진행하면서 자료까지 제공해줬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난 2012년 대선때부터 논란이 된 10ㆍ4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관련해서도 국가기록원은 내외부 의견 수렴도 없이 기관 차원에서 재판에 나간 직원들로 하여금 검찰의 논리를 뒷받침해주도록 진술하도록 움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12월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필체로 제작된 대통령기록관 간판을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기록원은 중립 의무를 준수하지 않고 대통령기록관리전문위원회의 논의 과정도 무시했다. 단지 실무자의 판단으로 간판 내용 중 안전행정부가 행정자치부로 변경됐다는 이유로 국가기록원 CI에 맞춰 현판을 전격 교체했다.

이에 따라 TF는 행안부 측에 이같은 국가기록물 관리의 파행적 행태에 대해 지속적인 조사 및 진상 규명을 하는 한편, 이 전 기록원장을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수사 의뢰할 것을 권고했다. 또 감사원의 국가기록원 기록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청와대 측의 17ㆍ18대 대통령 보좌기관 기록관 운영 및 기록물 관리실태 조사, 국가기록원장의 대국민 사과 및 혁신 조치 추진 등도 권고했다.

안병우 TF위원장은 "국가기록물의 투명한 관리와 보존은 우리 사회민주주의의 척도"라며 "강제적인 수사 권한이 없이 면담과 서류 제출 요구만으로 문제위원 명단 등을 확보할 수 없어 수사 및 감사 등을 의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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