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2 (토)

"세이프가드 피하자" 美세탁기 공장 앞당기는 삼성·LG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삼성, 뉴베리카운티 공장 가동 예정보다 2개월 앞당겨

LG도 2019년 1분기 목표에서 올 연말 가동으로 '수정'

뉴스1

삼성전자는 12일(현지 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위치한 신규 가전 공장에서 김현석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장과 헨리 맥마스터(Henry McMaster)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출하식 행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삼성전자 제공) 2018.1.13/뉴스1 ©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미국의 한국산 세탁기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전업계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가전사를 대표하는 양대 기업은 미국에서의 세탁기 생산 계획을 당초 목표보다 앞당기며 분주한 모양새다.

우리 정부도 미국의 한국 세탁기 수입 제한 및 규제 정책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15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주말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카운티에 새로 지은 가전 공장을 본격 가동하고 생산품 출하식을 가졌다.

지난해 6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했던 권오현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워싱턴 D.C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지 200여일만이다. 다른 기업이 사용하던 공장의 시설을 변경·확장하는 것이라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당초 목표했던 3월보다는 2개월가량 앞당긴 셈이다.

삼성전자가 공장 가동을 다소 앞당긴 이유는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조치로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연간 120만대를 초과해 수입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에 대해 3년간 저율할당관세(TRC)를 부과하는 내용의 권고안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세탁기 연간 120만대 이상 물량과 특정 부품 5만개 이상 물량에 대해 첫해 50%, 2년차 45%, 3년차 40%씩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수출하는 물량을 외부에 공개하지는 않고 있지만 업계 추산으로 연간 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와 합칠 경우 양사가 미국에 수출하는 세탁기 물량은 최소 250만대에서 최대 300만대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관측된다.

이에 삼성전자는 미국 공장 가동에 속도를 붙이며 수출 물량 대신 해외 생산량을 늘리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이 공장에 3억8000만달러(약 4100억원)를 투자해 연간 생산량을 100만대까지 끌어올릴 방침인 가운데, 올해는 부품 수입과 공정 효율화 작업 등을 고려하면 가동률은 절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지에서 1000여명에 달하는 현지 인력도 고용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1

경기도 하남시의 한 대형마트에 국내 기업의 세탁기가 전시돼있는 모습/뉴스1 © News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G전자도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2019년 1분기까지 완공할 계획이던 공장을 올 연말까지로 앞당기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ITC의 권고안을 받아들여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는 '최악'의 사태로 입게 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도 지난 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공장 가동 시기를 앞당긴 것이 "세이프가드 조치 때문은 아니다"면서도 "공장 준공 시나리오가 결정되는 것에 따라 공급에 차질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미국 공장에서 연간 100만대 이상의 드럼·통돌이 세탁기를 생산할 방침이다.

삼성, LG 등 우리 기업의 노력에 더불어 정부도 미국의 통상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반덤핑관세로 한국산 세탁기의 수출이 연간 7억1100만달러(약 7600억원) 상당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해당 금액만큼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2013년 1월 미국 ITC는 한국 가전업체들이 가정용 세탁기를 정부 보조금과 덤핑을 통해 미국에서 저가로 판매하고 있다며 반덤핑 관세와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상무부의 결정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미 상부무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한국산 세탁기에 각각 9.29%, 13.02%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결정에 반발, 그해 8월에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를 표적으로 삼아 고관세를 부과했다"며 제소해 2016년 9월에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미국은 최종 시정조치 마감일인 지난해 12월 26일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대응책으로 미국산 상품에 관세 부과를 검토하게 된 것이다. 지난 9일에는 강성천 산자부 통상차관보가 미국의 수입규제 정책에 대비해 주요 인사를 설득하기 위한 '아웃리치(out reach)' 활동을 위해 미국으로 날아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면 미국의 소비자들과 지역사회에 피해가 우려될 수 있다는 점을 정부와 가전업계가 꾸준히 강조해왔다"면서 "아직 최종 결정까지 2주 가량 시간이 남아있으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ITC 권고안에 따라 60일 이내에 시행 여부와 범위를 결정해야 한다. 최종 시한은 오는 2월 4일까지다.
sho218@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