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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발효 명가'샘표식품, '젓가락 면접'으로 신입사원 뽑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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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년 장수기업' 샘표식품이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 기업철학을 반영한 젓가락 면접을 도입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젓가락 테스트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샘표식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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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문화 가치 계승 발전" 박진선 사장 지론 반영…인재 선발에 도움

[더팩트│안옥희 기자] '72년 발효명가' 샘표식품이 업종 특성과 기업 철학을 반영한 독특한 신입사원 면접과 교육방법을 고수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정형화된 스펙을 배제하는 열린 채용을 시행하면서 업계 최초로 '요리면접'과 '젓가락 면접'을 도입, 이색적인 방식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있어 주목된다.

샘표는 신입사원 모집 시 성별·나이·출신학교·학점·어학점수·전공 등에 차별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채용 과정에서 직군별로 필요한 자질과 역량, 인성을 두루 갖췄는지 다면화된 면접방식을 통해 지원자를 다각도로 검증한다. 대표적인 것이 요리 면접과 젓가락 면접이다.

샘표는 '식(食)문화 기업'을 표방하는 만큼 전통 식문화 중 하나인 젓가락 사용법을 인재선발 과정에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젓가락 교육은 지난 2013년부터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다.

도입 배경에는 오너 3세 박진선 샘표식품 사장과 관련한 일화가 있다. 박진선 사장이 신입사원 연수교육에 참여해 식사하는 자리에서 신입사원들이 젓가락을 잘 다루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 음식 문화의 가치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 교육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 같은 취지로 2016년 하반기 정기 신입사원 공채 면접 전형에도 본격 도입했다.

샘표 관계자는 "젓가락질을 얼마나 잘하느냐를 평가하는 시험이 아니라 지원자들이 샘표가 어떤 회사이고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인지 알게 해주는 과정"이라면서 "젓가락 사용 기술보다는 기업 철학과 문화를 제대로 알고 공감하고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요리면접 역시 샘표만의 기업철학이 담긴 고유한 전형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평소 "식품회사 임직원으로서 요리에 대한 기본적인 마인드를 갖출 필요가 있으며, 우리의 맛을 세계화시키기 위해서는 직원 스스로가 한국 요리와 그 맛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해온 박진선 사장의 지론이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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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표는 이 같은 독특한 채용 방식이 회사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재 선발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10일 2018 공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젓가락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샘표식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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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면접은 4~5명이 한 팀을 이뤄 주어진 음식재료로 팀별 주제를 정해 요리를 만들고 면접관들에게 요리의 주제와 특징 등을 설명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총 3시간 정도 소요되는 요리면접은 요리를 만드는 전 과정에서 지원자들이 어떤 대화를 하는지, 협력과 갈등을 어떻게 조율해 나가는지를 실무진들이 중점적으로 살펴보며 평가한다.

샘표 관계자는 "요리 면접을 통해 대면 면접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개인의 인성이나 팀워크, 리더십, 창의력 등을 평가할 수 있어 샘표의 인재상과 잘 맞아떨어지는 인재를 선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샘표의 젓가락·요리 면접은 젓가락 기술, 요리 완성도 평가를 위한 단순 이색 면접 전형이 아니다. 두 가지 모두 지원자가 샘표의 기업철학과 문화를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지 살펴보고 회사가 추구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물을 선발하기 위한 전형이다. 해당 면접에 제대로 임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정보나 가치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알고 공감해야 하므로 지원자들이 면접 단계에서부터 회사에 대한 애사심을 자연스레 가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샘표는 '우리맛으로 세계인을 즐겁게'라는 비전 아래 한국 식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계승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으며 면접에도 이러한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샘표는 1946년 창립돼 올해 72주년을 맞은 국내 최장수 브랜드로 전통 발효식품인 간장·된장 등 장류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뛰어난 발효기술을 바탕으로 수십년간 간장 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발효 연구를 위해 2013년 충북 오송에 국내 최초의 발효 전문 연구소 '샘표 우리발효연구중심'을 설립하기도 했다.

전체 임직원의 20%가 연구 인력으로 구성돼 있을 만큼 연구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업계에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지출 비중이 높다. 매년 매출액의 4~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데 이는 국내 식품업계가 평균 1%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최고 수준이다.

ahnoh05@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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