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악화' 日 은행권 구조조정설…전직 희망자 급증

리쿠르트 캐리어 조사…작년 4~9월 전직 희망 은행원 30% 급증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장기간 이어진 초저금리로 수익구조가 악화한 일본 은행권에서 구조조정설이 퍼지자 전직을 희망하는 은행원이 급증하고 있다.

15일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작년 4~9월 전직 서비스회사 리쿠르트 캐리어에 전직 희망자로 새로 등록한 은행원 숫자는 전년 동기보다 약 30% 증가했으며, 이후로도 계속 늘어나는 흐름이다.

일본 3대 메가뱅크 본점 [교도=연합뉴스 자료 사진] 일본 3대 메가뱅크 본점. 왼쪽부터 미쓰비시UFJ은행본점, 미즈호은행본점, 미쓰이스미토모은행본점.

다만 리쿠르트 캐리어는 구체적인 은행권 전직 희망자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은행원의 전직 희망자 증가율은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라고 요미우리가 전했다.

이는 은행들이 수익구조 악화 등 영향으로 인원을 줄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이 분석했다.

다른 전직 소개 회사는 작년 가을 이후 메가뱅크(거대은행)들이 대규모 인원삭감 방안을 발표한 뒤 구조조정 불안으로 전직 희망자가 쇄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메가뱅크 가운데 미쓰비시도쿄은행은 직원 4만 명 가운데 6천 명을 줄일 계획이다. 미즈호금융그룹은 2026년까지 1만9천 명을 줄이고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도 그룹 전체적으로 4천 명분의 업무량을 줄인다.

은행원의 전직은 지방은행 재편이 계속되던 2015년께부터 눈에 띄기 시작했다. 경영 통합에 따른 점포 통폐합 등 영향으로 인원을 줄이는 일이 많아서다.

대형은행과 신탁은행, 지방은행의 전직 희망 등록자 수는 마이너스 기준금리가 도입된 뒤인 2016년 전반기(4~9월)에도 전년 동기보다 29.9% 늘었다.

리쿠르트사가 제공하는 전직소개 서비스 '리쿠르트 에이전트'에는 2016년 전 업계로부터 약 50만 명이 등록했고, 은행권 등록자도 많았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2016년 2월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시행한 뒤에는 대출금리 하락으로 은행업계의 수익이 악화하는 경향이 이어지고 있어 대우 측면 우려로 전직 희망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대형은행에서 5년 간 근무한 27세 남성은 작년 10월 인재서비스 대기업으로 전직했다.

그는 "당초 은행에 입사한 뒤 정년까지 근무할 예정이었지만 은행 비즈니스 모델의 장래성이 불안하다고 느꼈다"며 "함께 은행에 입사한 수백 명 중 절반이 이미 은행을 떠났다"고 말했다.

다른 전직소개 기업에 따르면 급여 수준이 높은 메가뱅크에서 외환 업무를 담당했던 행원이 연 수입 200만 엔(약 1천916만 원)이 줄어도 장래성이 있다고 본 제조업체로 전직한 사례가 있다.

최근에는 지방은행에서 에이스급으로 평가된 행원이 출세코스로 인식되는 도쿄지점에 배속될 시점에 수도권 대기업으로 전직을 추진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고 신문은 소개했다.

일본은행 본점 [교도=연합뉴스 자료 사진] 도쿄 주오구에 있는 일본은행 본점. 일본은행이 작년 2월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하면서 일본 시중은행들의 수익구조가 악화, 은행원들 이직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요미우리는 로봇이나 인공지능(AI) 활용 등으로 점포나 인원을 대폭 줄이는 흐름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은행원 전직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리쿠르트 캐리어에서 금융업계 전직을 담당하는 책임자는 "일손부족으로 건설이나 부동산, 제조업이 호조건을 제시하는 것도 은행원의 전직을 부추긴다"고 말했다.

tae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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