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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신영복 선생 2주기…“한 획의 실수는 다음 획으로 감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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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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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성공회대학교 성미가엘 성당에서 열린 신영복 선생 2주기 추모식에서 성공회대 교수밴드 <더숲트리오>(연단 왼쪽부터 박경태, 김창남, 김진업 교수)가 추모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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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선생이 세상을 떠난 지 2년째 되는 날을 기리는 추모식이 14일 오후 2시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성미가엘 성당에서 열렸다. 추모식은 500여명의 시민이 성당과 강당을 가득 메운 가운데 배우 권해효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추도사에서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한 폭의 글은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양보하며 실수와 결함을 감싸주며 간신히 이룩한 성취’라는 선생의 글을 인용했다. 그는 “선생님의 글씨는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기대어 어깨동무하고 있다.”며 “‘획의 성패가 획 그 자체에 있지 않고 획과 획의 관계 속에 있는 것’이라는 선생님 말씀처럼 우리 인간과 인간의 관계도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회적 경제, 공유경제 등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일들은 모두 선생님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금도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유가족을 위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선생님 떠난 영결식장에서 보니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외롭게 있지 않고, 삼삼오오 모여 위로하며 더불어 숲이 되어 있었다”고 말하자 추모객들 가운데서 흐느낌이 들려왔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돕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라는 선생의 말을 상기하며,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히 고단한 삶을 사는 사람들 곁에 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은 성공회대와 사단법인 더불어 숲이 주최했다.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박영선 국회의원, 노회찬 국회의원 등 정·관계 인사 여러 명도 시민과 함께했다.

신영복 선생이 강의하던 시절 참여하기도 했던 성공회대 교수밴드 <더숲트리오>(김진업, 김창남, 박경태 교수)는 “다음 추모식에선 밝은 분위기 속에서 선생님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면 좋겠다”며, 신 교수가 감옥에서부터 부르곤 했던 ‘시냇물’을 시민들과 함께 합창하며 추모식을 마쳤다. 신 교수는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소통이 불가능하다. 시냇물은 강물을 만나면 자기가 강물이 되고, 강물은 바다를 만나면 바다가 된다. 자신의 영토성, 자기의 이해관계를 버리고 부단하게 변화하며 소통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신영복 선생은 1968년 통일혁명당사건에 연루돼 20년 동안 징역살이를 하고, 출소 이후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를 해왔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나무야 나무야>, <변방을 찾아서>, <강의> 등 여러 저서를 통해 인간적인 삶,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에 대해서 온화하고 낮은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2년간의 암 투병 끝에 2016년 1월 15일에 타계했다.

글?사진 조현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시민경제센터장 gobo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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