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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서울집값 양극화 르포]"언젠간 오를까?"…역주행 금천구 '박탈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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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울 금천구 시흥동 일대


[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아직 호재가 시세에 반영이 안돼서 그런거지 언젠간 오르겠죠."

지난 12일 찾은 서울 금천구 시흥동 일대. 추운 날씨만큼이나 이곳 부동산시장은 차갑게 얼어붙은 모습이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저마다 먼 미래의 호재성 이슈로 기대감만 불어넣을 뿐 현재 이곳이 갖는 입지적 우위에 대해선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시흥동은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저렴하다. 지난해 시흥동 3.3㎡당 아파트값은 1145만원으로 서울 평균(2151만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하루가 멀다하게 수억원씩 치솟는 강남권의 대척점에 있는 동네다.

이 지역 대표 아파트단지인 벽산타운5단지 전용면적 82.56㎡ 아파트의 매매가는 약 2억7000만원이다. 2008년에도 2억8000만원대에 거래됐을 정도로 가격 변화가 10년째 제자리 수준이다. 다만 전셋값은 같은 아파트 기준 1억3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시흥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시흥동을 비롯해 금천구 일대는 투자수요가 거의 없어 집값이 잘 변하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실 거주를 위한 전세 세입자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25개 자치구 중 금천구의 아파트 매매변동률은 3.99%로 성북구에 이어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거래량은 부동산 정책 등의 여파에 전년 대비 10.7%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선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의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금천구의 아파트 매매상승률은 보합, 8일 기준으로는 -0.02%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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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구 시흥동 복합시설개발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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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중개업자들은 금천구 집값이 오르지 않는 이유로 역세권과 학세권 등 주변 교통·교육 인프라가 타 지역 대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블역세권은 디지털로에 위치한 가산디지털단지역(1호선·7호선)을 제외하고 전무하다. 공장지대와 노후주택이 많아 동네 자체가 저개발 지역으로 낙인찍힌 점도 집값 정체된 이유 중 하나다.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 인근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신안산선이 뚫리기만 하면 금천구 집값이 살아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 9월 포스코건설이 단독입찰로 참여해 아마 올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안산선은 2023년 개통 예정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강남의 '똘똘한 한채'에 집중하려는 수요로 금천구 등 외곽지역이 타격을 입게됐다는 우려도 나왔다. 독산동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작년 말 시세보다 저렴한 매물이 몇개 나왔는데 팔리진 않았다"며 "집값 상승세가 뚜렷한 강남쪽으로 옮기려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탄탄한 투자 수요가 뒷받침돼야 하지만 금천구는 초저금리로 붐이 일었던 '갭투자' 자체도 꺼리는 분위기다. 금천구 일대를 기반으로 하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금천구 갭투자 할만한가요?'라는 물음에 90%가 넘게 반대를 권했다. 시세가 거의 오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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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금천구 독산동 인근 롯데캐슬골드파크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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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고무적인 것은 대표적인 슬럼가로 꼽히던 독산동 일대가 대형 아파트단지 개발로 인해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금천구청역 인근엔 현재 롯데캐슬골드파크(4400여가구)의 입주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1, 2차의 입주는 완료됐고 3차는 올해 10월 입주 예정이다. 골드파크 3차 아파트 전용면적 59.96㎡의 경우 3억8600만원이었던 분양가가 지난해 12월 5억160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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