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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뮤지션 출신 엔지니어들의 꿈이 모인 美 삼성 오디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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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개된 삼성전자 오디오랩 무반향실

최고 수준의 오디오 전문가와 인프라 갖춘 오디오 전문 연구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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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A(Samsung Research America) 오디오랩 앨런 디밴티(Allan Devantier) 상무가 무반향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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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미국)=뉴스1) 장은지 기자 = 영화 '라라랜드'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가면 업계 최고 수준의 음향기술전문연구기관이 있다. 전세계 소비자들의 귀를 사로잡기 위해 뮤지션 출신 엔지니어들이 모인 곳, 바로 삼성전자의 '오디오랩'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국내 기자들에 첫 공개된 삼성전자 오디오랩은 2013년 말에 설립되었으며, 총 9400평방피트(264평) 규모로 무반향실(Anechoic chambers), 청음실(Listening rooms) 등 업계 최고의 연구시설을 갖춘 음향 기술 전문 연구 기관이다.

오디오랩의 한쪽 벽에는 라디오헤드, 비틀즈, 마이클잭슨, 오아시스, 롤리스톤즈, 딥퍼플 등 전설과 같은 뮤지션들의 앨범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이들의 음악을 흠모하는 오디오 전문가 19명이 오디오랩에서 더 나은 음향을 연구한다. 이들의 오디오 분야 경력을 합치면 300년을 넘을 정도로 업계 최고의 오디오 전문가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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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오디오랩 직원들이 오디오랩 시설과 장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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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디밴티(Allan Devantier) 삼성전자 오디오랩장(상무)은 "이곳 소속 연구원들은 모두 공부하는 공부벌레들이 아닌 음악과 영화를 즐기는 뮤지션들"이라며 "연구소 곳곳에 걸려있는 포스터도 연구원들이 직접 골랐다"고 말했다.

스피커외장설계팀인 콜비 버델메이어 수석 연구원은 앨범 4개를 낸 기타리스트이자 베이시스트이며, 같은 팀 조니 벤튜라 책임연구원은 1~2주일에 한 번씩 로스앤젤레스 시내 거리에서 1980년대 음악을 공연한다. 음질 평가를 맡고 있는 엘리자베스 맥컬린 책임연구원은 거의 모든 종류의 악기를 다룰 수 있다. 디밴티 상무는 "이들 인재를 모으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 대신 할리우드가 있는 LA를 본거지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오디오랩은 연구개발(R&D) 뿐 아니라 오디오 업체 수준의 '음질 튜닝(정밀 조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14년 가동을 시작한 후 세계 최초 컴퓨터방식 무반향실을 도입해 음질 측정 정확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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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오디오랩 직원들이 오디오랩 시설과 장비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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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랩의 비밀병기는 무반향실이다.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삼각뿔 모양 구조물이 사방에 빽빽한 이곳은 소리 흡수에 가장 탁월한 유리섬유가 소리의 울림(반향)을 거의 완벽하게 흡수한다. 외부소음에서 완벽히 차단된 공간으로 최적의 음질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만들었다. 삼성전자는 이곳을 사운드바와 오디오 스피커, TV 스피커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연구 공간으로 사용한다. 디밴티 상무는 "이 무반향실은 TV, 스마트폰 업체는 물론 오디오 전문 업체에도 없는 장비"라며 "정중앙에 있을때에만 최적의 음질을 감상할 수 있는 한계를 넘고자 했다"고 말했다.

스피커를 테스트하는 동안 움직이는 마이크로폰이 달린 'ㄷ'자 막대는 오디오랩이 특수제작한 세상에 딱 하나뿐인 장비다. 'ㄷ'자 막대와 연결된 줄을 감아올리는 장치가 달팽이집처럼 생겼다고 해서 오디오랩에선 '스내일'(snail)이라고 부른다. 오디오랩 관계자는 "경쟁사들은 로봇이 스피커 성능을 점검하지만 우리는 소리의 반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얇은 막대에 마이크로폰을 달아 소리를 측정한다"며 "우리가 아이디어를 모아 특수 제작한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장비"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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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LA 인근 발렌시아(Valencia)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디오랩 전경.(삼성전자 제공)©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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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오디오랩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2010년 이후 패러다임의 변화가 큰 오디오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저장장치형 오디오 기기 보다는 스트리밍을 통해 사운드를 즐기며, 오디오 기기 구매시 스피커의 음향 수준을 중시하는 경향이 크게 나타나고 있다.

CD·디스크·라디오를 스피커에 연결해 사운드를 즐기던 과거 방식에서 디스크 없이 무선으로 고품질의 음향을 즐기는 방식이 증가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퓨처 소스 컨설팅에, 디스크 없이 사운드를 즐기는 소비자들은 2013년 23%에서 2017년 74%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TV에서도 오디오 역량이 제품의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로 자리잡는 추세다. TV는 화질과 사이즈 위주의 경쟁이 화두였으나 최근 고화질, 초대형 TV 시장이 주류로 자리잡고 이에 걸맞는 고품격 영상 콘텐츠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섬세하고 웅장한 오디오가 TV 시청의 몰입감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트렌드 변화를 대비해 '세계 최고의 음향 기술력 내재화'라는 목표를 세우고 음향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핵심 기술인력을 확충해 2014년부터 오디오랩을 본격 가동했다.

삼성 오디오랩은 특히 사운드바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번 CES에서 선보인 슬림형 사운드바 신제품 NW700은 오디오랩의 기술력이 적용된 대표적 제품이다. 두께를 기존보다 41% 수준으로 줄여 TV와 디자인 측면의 조화를 이룬다.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저음을 내는 4개의 우퍼를 포함 총 7개의 스피커 유닛을 내장해 풍부한 사운드를 낸다. 특히 오디오랩이 독자 개발한 '디스토션 캔슬링(Distortion Cancelling)' 알고리즘이 적용돼 스피커 유닛의 움직임을 실시간 예측해 사운드 왜곡을 줄이고 우퍼의 움직임을 조정해 웅장한 베이스음을 구현하는 점이 특징이다.

글로벌 사운드바 시장은 지난해 31억9000만달러에서 올해 35억1000만달러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며, 삼성전자는 2017년 23%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삼성전자가 인수한 글로벌 프리미엄 오디오 브랜드 하만은 마크레빈슨을 비롯해 하만카돈, AKG, 인피니티, JBL 등 다양한 오디오 브랜드를 갖고 있어 향후 하만의 오디오 기술력과도 시너지가 예상된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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