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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지금 강남은]"미친 집값 부르는 게 시세"…非강남 "박탈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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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난해에 이어 서울 부동산 시장이 정부의 대책에도 아랑곳 없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3일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 밀집상가에 부동산 매매 및 전월세 가격이 붙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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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부르는 게 값"…뛰는 호가가 실거래가로

금천구엔 10년 째 제자리인 곳도…"상대적 박탈감"

장기적 안목서 수요ㆍ공급 근본적 해결 필요

12~1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부동산 중개업소. 문을 연 곳을 찾기 힘들었다. 불은 켜뒀지만 문이 잠긴 채 인기척이 없거나 아예 불을 끄고 문을 닫은 곳도 많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일대 중개업소 상황도 마찬가지. 끝을 모른 채 치솟는 강남 등 과열 지역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단속 예고 때문이었다. 이 일대 부동산들은 그러나 이같은 조치 역시 '그때 뿐'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강남 부동산이 펄펄 끓는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움직임이다. 그러나 시장이 지적하는 원인은 의외로 단순했다. '이렇게 올라도 공급 대비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비 강남권 대부분 지역에선 상대적 박탈감만 커지고 있다.

1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57% 올랐다. 8ㆍ2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7월 말 수준으로 상승률이 회귀한 것이다. 원인은 역시 강남이었다. 평균보다 높은 5곳 가운데 4곳이 강남 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였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지난해 9월 초 전용면적 76㎡ 기준 15억원 전후에 거래됐으나 '50층 재건축' 허용 후 급등세를 보이며 최근 실거래가는 18억5000만원을 찍었다. 4개월 만에 3억5000만원 가량 뛴 것이다. 잠실동 A 중개 관계자는 "전용 76㎡의 호가는 이미 19억원 선을 넘어섰다"며 "매물은 3~4개로 많지 않지만 문의는 끊임이 없다"고 말했다.

◆"부르는 게 값", 뛰는 호가가 실거래가로= 최근 강남 부동산 수요는 '전국구'다. 원래부터 '전국구 큰 손'들 관심의 대상인 곳이었으나 최근 들어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압구정동 B 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수원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문의가 급증했다"며 "세종시 보상을 받은 수요자가 세종시에서 매매할까 하다가 강남 재건축이 괜찮다고 해서 선회한 케이스 등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다주택 보유자들의 '똘똘한 한 채' 신드롬 역시 강남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서울 압구정동 C 중개업소 대표는 "똘똘한 한 채를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다"며 "압구정 신현대 115㎡는 지난해 말 23억7000만원에서 새해 첫주 24억3000만원, 지난주 24억5000만원에 거래되는 등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수요가 들끓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 된다는 거다. 비상식적으로 높은 호가임에도 많은 구매 희망자 가운데 누군가는 사게 되고, 이게 다시 실거래가 기준이 돼 더 높은 호가를 부르는 형국이라는 설명이다. B 중개 대표는 "압구정동의 경우 신ㆍ구현대아파트 모두 합쳐 6000가구 가량 되는데 이 중 매물은 10가구도 안된다"며 "집 하나 보려면 대기가 열댓명인 것은 비일비재하고, 매물이 있다 하면 확인도 하지 않고 계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다.

◆금천구엔 10년 째 제자리인 곳도…"상대적 박탈감"= 서울 금천구 시흥동 일대는 강남과 상반된 분위기다. 시흥동은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저렴하다. 지난해 시흥동 3.3㎡당 아파트값은 1145만원으로 서울 평균(2151만원)의 절반에 불과했다. 이 지역 대표 아파트단지인 벽산타운5단지 전용면적 82.56㎡ 아파트의 매매가는 약 2억7000만원이다. 2008년에도 2억8000만원대에 거래됐을 정도로 가격 변화가 10년째 제자리 수준이다.

이곳 중개업자들은 금천구 집값이 오르지 않는 이유로 역세권과 학세권 등 주변 교통ㆍ교육 인프라가 타 지역 대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더블역세권은 디지털로에 위치한 가산디지털단지역(1호선ㆍ7호선)을 제외하고 전무하다. 공장지대와 노후주택이 많아 동네 자체가 저개발 지역으로 낙인찍힌 점도 집값 정체된 이유 중 하나다. 인근 D 중개 관계자는 "'눈뜨면 오르는' 강남 집값은 남의 나라 얘기 같다"고 했다. 상대적 박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디서부터 손대야하나"…장기적 안목서 수요ㆍ공급 근본적 해결 필요= 전문가들은 강남 집값이 이같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고강도 단속도, 더 센 규제도 큰 의미를 갖지 못할 거라고 입을 모은다. 수요와 공급량 측면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공급 면에선 서울 시내 공공택지 개발 구체화와 강남 안에서도 안정적 주택 공급이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수요 면에선 양극화 심화에 따른 현상이 부동산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단기적 규제보단 장기적 안목에서 소득 격차 해결, 교육 및 지역 인프라와 함께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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