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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팀장칼럼] 협업에 눈 뜬 현대차, 선택 아닌 생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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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시계추를 뒤로 돌려 3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삼성전자가 2015년 전장(電裝)사업부를 신설하고 자동차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던 당시, 현대차가 삼성에 손을 내밀었다면 어땠을까.

삼성전자는 전장 분야에서 좀 더 빠르게 자리를 잡았을 것이고, 현대차는 ‘협업 강화’라는 미래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에서 한발 벗어나 있는것 처럼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전세계 미래 자동차 산업을 주도했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의 자동차 생산 노하우와 삼성의 AI(인공지능), loT(사물인터넷) 기술이 합쳐지면 누가 봐도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그림이었다.

아쉽지만 이런 즐거운 상상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등 전장 기술을 키우기 위해 2012년 현대오트론을 설립했는데, 삼성전자가 IT(정보기술) 노하우를 앞세워 같은 분야로 치고 들어오니 달갑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생산한 차에 삼성 반도체는 아직까지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다. 협업 대상이 아니라 경쟁 상대로 본 셈이다.

현재 완성차업계의 미래차 기술은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의 1인자인 엔비디아 동맹과 세계 1위 중앙처리장치(CPU) 기업인 인텔 동맹으로 양분돼 있다. 빅데이터 처리와 차량용 AI 기술에서 인텔에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엔비디아와는 테슬라와 폴크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포드, 볼보 등과 손잡고 있다. 세계 1위 자동차 부품업체인 보쉬도 엔비디아 진영에 속해 있다. 지난해 3월 모빌아이의 경영권을 사들이는 등 최근 활발한 인수합병(M&A)으로 엔비디아를 추격 중인 인텔은 BMW,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안타깝게 현대차는 어느쪽에도 끼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의 기술을 확보할 경우 어떤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자동차 업체는 막대한 로열티를 지불하고 핵심기술을 구입해 탑재하는 수 밖에 없다.

다행히 협업 없이 독자노선을 고집하던 현대차도 최근 외부 협업을 위해 문을 열었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CES 2018’에서 자율주행 등 미래차분야의 경우 이례적으로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인 오로라 등과 협력 의지를 밝혔다.

한발 더 나아가 절대 손잡지 않을 것 같았던 삼성과의 협력 가능성도 열어놨다.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연구개발본부장)은 CES 행사장에서 “아직 구체적인 아이템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대화는 오고간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 부스를 찾은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도 현대차그룹과의 협력 계획에 대해 “가능성이 늘 열려있다”며 긍정적 입장을 내놨다.

중국의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굴기(倔起)도 위협적이다. 이번 CES에서 중국 IT기업인 바이두는 아폴로 2.0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완전 자율주행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야심 찬 포부 밝혔다. 전기자동차 업체인 퓨처 모빌리티가 설립한 바이톤은 4만 5000달러(약 4800만원) 가격대의 전기차를 내년 선보일 예정이며, 2020년에는 영국과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철강을 포함, 대부분의 핵심 제품을 수직 계열화해 자체 조달하는 세계 유일의 자동차 회사다. 일사불란한 의사 결정과 자동차 산업 전문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 등 수직 계열화의 장점을 활용해 글로벌 5대 자동차 업체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이미 뒤처진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을 확보하는 데 있어 협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여기에 카셰어링 산업 확산까지 자동차 회사 혼자서 할 수 있는 분야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현대차가 지금보다 더 열린 시각으로 다양한 기업과 협업을 해 미래차 시대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김참 사회부장(pumpkin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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