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 언급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과거의 탁구와 축구 단일팀은 남북이 2년 동안 22차례 협상한 결과였다. 지금은 대회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1분 안팎 간격으로 선수들이 끊임없이 교체되는 아이스하키는 조직력이 생명이다. 우리 선수들은 부족한 기술과 체력을 만회하기 위해 팀워크를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덕분에 몇 년 전까지 아시아권에서도 0대10으로 지던 대표팀은 평창 예선에서 맞붙을 일본을 상대로 올림픽 첫 승을 꿈꾸는 수준까지 올랐다. 북 선수들이 갑자기 들어오면 이 조직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평창만 바라보고 달려온 대표팀 중엔 피아니스트 꿈을 포기한 선수도, 의사가 되는 꿈을 미룬 선수도, 국적을 바꾼 선수도 있다. 대학팀과 실업팀이 하나도 없는 현실에서 선수들 수입은 한 달 훈련 수당 120만원이 전부다. 정부가 이 선수들의 땀과 꿈을 맘대로 희생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올림픽 개회식에 태극기가 사라질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 관계자는 "북이 공동 입장 때 한반도기를 들자고 하면 동의하는 쪽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과거 사례가 있다고 하지만 평창은 우리가 2전3기 각고의 노력 끝에 유치한 지구촌 최대 잔치인 올림픽이다. 테러까지 하며 서울 올림픽을 방해했던 북이 아무것도 기여한 것 없이 평창 개막식에서 말 한마디로 태극기를 없앤다고 한다.
이렇게 해주면 북이 핵을 포기하나.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쇼를 하고 있다는 것은 상식 있는 사람이면 모두 알고 있다. 북은 14일 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비핵화를 거론한 것에 대해 온갖 상소리로 비난했다. 미사일 발사 장면을 배경 화면으로 하려다 중국 공연이 무산됐던 북 악단까지 내려온다고 한다. 7년 전 IOC가 "평창"을 외칠 때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개막식 태극기와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남북 정치의 도구로 희생시키지 말라.-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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