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아침 미국 하와이 섬 전체가 40분간 공포 속에 빠져들었다. 느닷없이 '탄도미사일 위협 경보'가 발령된 것이다. 주민과 관광객들은 곧바로 대피소로 몰려들었고, 운전자들은 고속도로에 차를 세우고 인근 터널로 대피했다. 겁먹고 울음을 터트리는 주민들도 있었다. 얼마 안 있어 주정부 비상관리국 직원이 경보 시스템을 점검하다 버튼을 잘못 눌러 빚어진 오경보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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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는 북한과 가장 가까운 미국 주(州)다. 북의 핵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북한의 하와이 방면 미사일 발사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09년이다. 같은 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가 하와이에 배치됐다.
▶북한이 미국 동부 지역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15형'을 발사하자 하와이는 지난달 1일 핵미사일 공격을 가상한 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핵탄두를 장착한 화성15형이 하와이 땅에 떨어지지 못하고 섬 부근 바다에서 터져도 엄청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한다.
▶하와이 주지사는 오경보 발령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혼란을 겪고 난 주민들은 의외로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하와이는 1941년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을 겪은 트라우마가 남아 있다. 오경보로 공포와 불편을 겪었지만 아예 훈련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이해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에 하와이 주민들은 핵 미사일 경보가 울리면 어떻게 움직이고 어디로 피해야 할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일본도 하와이처럼 북 미사일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했다. 그런데 북 지척에 있는 우리만 훈련을 하지 않는다. 훈련을 하면 위기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설마 공화국'인 우리 사회에서 하와이 같은 오경보가 발령됐다고 상상해본다. 대피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권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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