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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경찰, 5개 시위진압 사건 재조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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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기관 개편안]

용산 화재 참사 등 상당수가 재판까지 끝났는데… 진보진영 요구대로 다시 파헤치기

靑, 이날 "철저한 적폐 청산" 강조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가 다수인 진상조사위가 뽑은 사건들로 결정

당시 폭력시위대의 불법성보다는 공권력 잘못·인권침해 조사할 듯

일각 "경찰 키워주며 군기도 잡아"

청와대는 14일 경찰의 수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찰에 용산 철거민 화재 참사,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반대 시위, 밀양 송전탑 농성 진압 등 5개 사건에 대한 재조사 방침을 밝혔다. 이 중 상당수 사건이 이미 수사에 재판까지 다 끝났는데, 그 과정에서 수사 잘못이나 인권침해 등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청와대가 경찰에게 수사권이란 선물을 주는 대신 진보 진영이 제기해 온 각종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한 것이다. 야당에서는 "청와대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과거사 하명 수사를 시킨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하며 5개 사건 재조사 지침을 밝혔다. 조 수석은 "문재인 정부의 개혁 방침은 과거의 적폐와 철저한 단절"이라고 했다.

5개 사건은 모두 경찰이 불법·폭력 집회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경찰 측 피해도 적지 않았다. 백남기씨 사망 사건은 2015년 11월 민주노총 주도 서울 도심 시위에 참가한 백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쓰러져 1년 뒤 숨진 사건이다. 백씨는 당시 경찰이 폭력 시위대를 막기 위해 세워놓은 경찰 버스를 밧줄로 잡아당겼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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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집회도 조사 대상이다. 2008년부터 송전탑이 완공된 2014년까지 주민·시민단체 등이 집회를 벌여 381명이 입건됐다. 제주 강정마을 사건은 2011~2012년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이 집회를 벌여 공사가 14개월간 지연됐다. 대법원은 지난 2014년 강정마을 주민·시민단체 활동가 7명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해군은 공사를 지연시킨 시위대에게 총 34억5000만원 구상금을 청구했지만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이를 포기했다.

평택 쌍용차 점거 농성은 2009년 민주노총과 쌍용차 노조원 등이 사측의 구조조정에 반발해 76일간 쌍용차 평택 공장을 점거한 일이다.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140여 명이 다쳤다. 서울고법은 2016년 "(시위 참가자들은) 국가에 11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했다.

용산 화재 참사는 2009년 1월 서울 용산 재개발에 반대한 세입자들이 망루 위에서 시위하던 도중 발생한 화재로 경찰특공대 1명, 철거민 5명이 사망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2010년 불법 시위를 주도한 9명에 대해 전원 유죄 판결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는 작년 12월 사건 관련자들을 특별사면했다.

앞서 경찰 내 '적폐청산기구' 격인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8월 이 5개 사건을 우선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진상조사위 위원 9명 가운데 위원장 포함 6명이 시민단체 등 외부 인사였다. 유남영 위원장은 민변 부회장 출신이다. 위원인 김덕진 천주교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SKYM(쌍용·강정·용산·밀양) 공동행동' 총괄상황실장을 지냈다. 진보단체가 제시한 과제를 청와대와 경찰이 받아들인 듯한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상조사위는 민간인과 경찰로 구성된 조사팀을 임명하고 최장 2년간 활동할 수 있다. 조사관은 '2급 비밀'까지 볼 수 있는 권한도 생긴다. 이들은 '사건의 진상' 등을 담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경찰청장에 재발 방지 대책 등을 건의하게 된다. 경찰에 추가 수사를 건의할 수도 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는 용산 화재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 김석기 당시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수사를 요구했었다. 한 전직 경찰 간부는 "청와대 지침이 주어진 만큼 시위대의 불법보다는 이를 막은 경찰의 법 집행이 적절했는지를 주로 들여다보는 조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불법 시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주며 경찰 군기잡기를 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대변인은 이날 "권력기관 개혁은 권력으로부터 독립이 핵심인데 이번 방안은 적폐 청산에만 올인하는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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