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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어제 지상 24m에선 나쁨… 2m 높이땐 '매우 나쁨'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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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측정소 83%가 지상 10m 넘어… 못믿을 수치]

상대적으로 굵은 미세먼지 입자, 지상 가까운 곳이 농도 더 높아

실제 비교 10개 지역 중 7곳 최대 28%까지 농도 높게 나와

기준도 WHO 비해 너무 느슨

14일 오후 1시 서울 서대문구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공기 1㎥당 113㎍(마이크로그램·100만 분의 1g)까지 올랐다. 이 수준의 농도가 하루 종일 계속됐다면 서대문구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수준(81~150㎍)에 해당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들이켜는 지상 2m 안팎 높이 공기에 든 실제 미세먼지 농도는 이보다 32㎍(28%) 높은 145㎍으로 '매우 나쁨' 수준에 육박했을 가능성이 있다. 서대문구 측정소의 측정구가 지상보다 상대적으로 바람이 강하게 부는 24.6m 높이에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전국 264곳 측정소 가운데 218곳(82.6%)이 지상 10m 이상 높이에 설치돼 있어 '그간 미세먼지 농도 정보가 국민에게 잘못 전달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 10m 넘는 측정소가 82.6%

이 같은 사실은 환경부가 국회 송옥주 의원의 국정감사 지적에 따라 지난해 11~12월 전국의 도시 대기 측정소 10곳과, 측정소 인근의 이동 측정 차량에서 측정한 미세먼지 농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지점별로 5~22일간 측정한 이 조사에서 10곳 중 7곳에서 이동 측정치가 높았다. 대구 수성구 측정소(측정구 높이 16.1m)에선 미세먼지가 평균 40㎍이었지만, 같은 기간 이동 측정 차량에서 측정한 농도는 48㎍으로 20%(8㎍) 더 높았다. 부산 기장군의 경우에도 측정소(측정구 높이 19.8m) 농도(25㎍)보다 지상 2m에서 측정한 농도(29㎍)가 16%(4㎍) 높았다. 조사 결과를 하루씩 따져보면, 지난달 23일 경기 군포시 측정소의 미세먼지 농도(93㎍)는 환경기준(100㎍) 이하였지만, 이동 측정 차량에서 재보니 102㎍으로 환경기준을 초과했다. 지난달 15일 서울 용산구 농도도 '보통' 수준인 75㎍으로 발표됐지만 실제로는 87㎍으로 '나쁨'에 해당됐다. 송옥주 의원은 "정부가 미세먼지 농도를 '보통'으로 발표한 날에도 국민이 마신 공기의 질은 '나쁨' 수준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농도 차이에 대해 환경부는 "미세먼지는 초미세먼지(PM2.5)보다 입자가 상대적으로 굵어 지상에서 가까운 곳에서 측정할수록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면서 "초미세먼지는 측정소와 이동 측정 차량에서 측정한 농도가 큰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측정구 높이가 20m 넘는 곳은 단계적으로 이전하고, 새로 설치되는 측정소는 지상에서 10m 이내에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미세먼지 측정소는 주로 관공서나 공공시설 옥상에 설치돼 있다.

"실시간 농도를 제때 알려줘야"

조선일보

환경부의 미세먼지 측정 방식(중량법)이 국민에게 미세먼지 정보를 제때 전달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환경부가 발표한 오후 3시의 미세먼지 농도는 오후 2~3시 사이 평균 미세먼지 농도인 데다, 미세먼지를 포집해 무게를 재야 하기 때문에 이 수치도 오후 3시 20~30분은 돼야 발표된다. 국민으로선 실시간 정보 확인이 안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확도는 다소 떨어지더라도 실시간 측정이 가능한 방식(광산란법)을 쓰자는 주장이 나온다.

민간 기상업체 관계자는 "광산란법의 정확도는 중량법보다 20% 정도 떨어진다. 그러나 '지금 학교 운동장에 학생들을 내보내야 하는지, 야외 활동을 해도 되는지' 등을 판단할 수 있도록 두 방식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기준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비해 매우 느슨하다는 지적도 있다. 환경부는 일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31~80㎍이면 '보통' 수준으로 분류하지만, WHO는 50㎍이 넘으면 사실상 '나쁨' 수준으로 규정한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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