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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한국, 미국에 '세탁기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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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한국산 세탁기에 대한 수입 규제에 나선 가운데 한국도 공식 대응에 나면서 '한·미 세탁기 공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 세탁기 업체는 미국 정부의 수입 규제를 피하기 위한 현지 생산 공장 가동을 본격화했다.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앞두고 양국의 기 싸움이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반덤핑관세로 한국산 세탁기의 대미(對美) 수출이 연간 7억1100만달러(약 7600억원) 상당의 차질이 생기는 것으로 산정하고 이 금액만큼 미국산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미국은 2013년 2월 삼성전자LG전자가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세탁기에 각각 9.29%, 13.2%의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했다. 그러자 우리 정부는 그해 8월 "미국이 한국산 세탁기를 표적으로 삼아 높은 관세를 부과했다"며 WTO에 제소해 2016년 9월 승소했다. 미국은 작년 12월 26일까지 반덤핑관세 조사 방식 시정 등 조치를 이행해야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은 최근 한국산 세탁기 때문에 자국 세탁기 산업이 피해를 입었다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동원해 삼성·LG전자 제품에 최고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가 다시 WTO 승소를 이용한 보복을 하겠다는 것이다. 안덕근 서울대 교수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을 진행 중인 우리로서는 미국을 견제하는 좋은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리 카운티에 새롭게 지은 생활가전 공장에서 출하식을 갖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이곳에서 연간 100만대의 세탁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2020년까지 약 3억8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투자하고, 1000명을 고용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공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2월 자신의 트위터에 "생큐, 삼성"이라는 글을 올리며 삼성의 현지 투자를 압박한 뒤 지어진 것이다. 삼성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하자 지난해 현지 공장 구축을 결정했고, 당초 올해 2분기(4~6월)가 목표였던 완공 시기도 1월로 앞당겼다. LG전자도 미국 테네시주 몽고메리 카운티에 연내 완공을 목표로 세탁기 공장을 짓고 있다.



김승범 기자(sbkim@chosun.com);박순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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