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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사설] 대공수사권 국정원서 떼어내면 경찰이 이를 감당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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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4일 발표한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에서 가장 염려되는 대목은 국정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이다. 방안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청 산하에 신설되는 안보수사처가 넘겨받아 진행하도록 했다.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 대공 수사에서 손을 떼고 대북·해외 정보 수집에만 전념하게 된다.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방안은 문제가 있다. 먼저 대공수사권 폐지와 그간 문제가 돼온 '국정원 적폐'와의 상관성이 불분명하다. 현 정부에서 집중 비판 대상이 된 과거 국정원 활동은 댓글 공작을 통한 선거 개입, 정치인·지식인·연예인 등에 대한 사찰 그리고 특수활동비 상납 정도다. 이들 활동은 국내 정보 수집과 연결돼 있을 뿐 대공수사와는 상관이 없다. 과거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 시절 대공수사 과정에서 간첩단 조작이나 인권침해 의혹이 제기되곤 했다. 그러나 적어도 김대중정부에서 국정원으로 바뀌고 난 다음에는 그런 논란이 없었다. 여전히 인권 사고가 터지는 곳은 국정원이 아니라 검찰과 경찰이다. 그렇다면 대공수사권을 왜 경찰에 넘겨야 하는 것이며, 이게 국정원 개혁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더 중요한 것은 경찰이 국정원만큼 대공수사를 잘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세계 모든 정보기관은 각국 안보 사정에 따라 특화된 기능과 제도를 갖고 있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남북 대치라는 세계 유일의 안보 상황에 맞춰 진화된 시스템이다. 통합진보당 사건에서 보듯 한국은 이적 단체의 반국가 활동이 실제 체제를 위협하는 국가다. 결정적 물증 확보에만 수년이 걸리는 이들 수사는 정보 수집과 수사권의 유기적 결합이 있을 때 가장 효율성을 발휘한다. 일심회 사건, 왕재산 사건 등 2000년대 이후 굵직한 간첩단 사건은 국정원 수사권이 빛을 발한 대표적 사례다. 청와대는 "안보수사처를 신설해 대공수사의 전문성·책임성을 고양하겠다"고 하는데 대북 정보 수집과 수사권을 떼어내 놓고 어떻게 전문성을 고양하겠다는 것인가. 현재 국정원 대공수사 인력이 상당수 안보수사처로 옮겨가 경찰을 지휘한다고 했을 때 두 조직 간 융화부터 문제가 될 것이다. 이 방안은 국정원 개혁과는 상관이 없는 대신 국정원을 약화시키는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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