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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밀착카메라] 폐기물 공장서 날아든 쇳가루…주민들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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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과 경기·인천의 쓰레기가 한데 모이는 수도권 매립지 옆에는 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 있습니다. 매립지 주변으로 폐기물 처리업체가 속속 모이면서 주민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구혜진 기자입니다.


[기자]

50여 가구에 200여 명이 사는 한 시골마을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조금만 방향을 돌려보면요. 28개의 폐기물 업체와 100여 개의 공장에 완전히 둘러싸여 있습니다.

마을회관 위로 항공촬영 장비를 띄워보니 가정집 사이사이로 공장들이 뒤섞여있습니다.

이 중 상당수는 건설폐기물을 처리하는 업체들인데 가림막 하나만 둘러놓고 집진시설도 없이 폐기물을 파쇄하는 겁니다.

[이경자/마을 주민 : 여기 공장 가운데 할머니라고 하면 알아요. 무슨 배달이고 뭐고…]

주민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속 성분이 섞인 먼지가 날아온다는 겁니다.

[이재순/마을 주민 : 땀나면 쇳가루가 붙잖아. 따갑고 가렵고 그냥 눈도 뜰 수가 없고 가렵고…]

이 집도 공장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지붕이 까맣게 변했는데 무슨 성분인지 알아보려고 자석을 이렇게 대보니, 이렇게 금세 철가루들이 붙게 되는데요.

토양은 더 상황이 심각합니다. 잠깐 자석을 갖다 댔는데도 이렇게 철가루들이 잔뜩 붙어있습니다.

집 창틀의 먼지에서도 쇳가루가 나옵니다.

집 안으로 계속해서 들어오는 먼지에 주민들은 창문 틈을 신문지와 테이프로 막았습니다.

밖에 빨래를 너는 건 생각도 못합니다.

[이춘순/마을 주민 : 쇳가루 때문에 (밖에 널면)안 돼. 며칠 말려야 해. 며칠 말려야 입어.]

이 마을이 바뀐 건 마을입구에서 1km 거리에 수도권매립지가 들어서면서부터입니다.

[이교운/마을 주민 : 전부 논밭이었죠. 여기가 살기 좋은 마을이었어요. 92년도에 세계 최대 수도권 매립지가 들어오고 나서부터 지금 이런 현상이 생긴 거예요.]

마을 앞 도로는 수도권 매립지로 향하는 대형 화물차들로 24시간 쉴 새가 없습니다.

이 아래쪽 화단을 보시면요. 화물차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로 완전히 뒤덮여 있고요.

그래서 도로 옆에 있는 이 나무들은 잿빛으로 변해 말라 죽어있습니다.

버스정류장 의자도 앉을 수가 없습니다.

[버스정류장 관리자 :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와요. 올 때마다 물청소를 해도 올 때마다 지저분해요. 먼지들 때문에, 공장 차들 이것 때문에…]

폐기물을 실은 덤프트럭은 먼지를 뿜으며 지나갑니다.

이런 환경 속에 아픈 사람들이 생겨났습니다.

공통적인 증상은 가려움증을 동반한 피부 두드러기. 비슷한 두드러기가 났던 흉터가 주민들의 피부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유문자/마을 주민 : 막 가려워 이런 게, 미치도록 가려운 거야. 피가 나도록 긁어, 그러면 낫고… 요새는 이래(나아), 노출이 안 되니까… 여름 되고 봄 되면 먼지가 말도 다 못해요.]

이유를 알 수 없는 병에 걸려 하루 아침에 손가락을 잃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경자/마을 주민 : 손바닥 가운데 피가 뭉치고 순환이 안 돼서 그렇다고만 하지. 무슨 병인지를, 병명을 못 대더라고…]

주민들 자체 조사에 따르면 5명은 암, 32명은 순환기 질환을 앓고 있는 등 대다수가 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환경부가 지난해 주민 10명을 우선 검사한 결과에서도 소변 중 카드뮴 수치가 일반 국민평균보다 2배가량 높았습니다.

주민들은 집단 이주를 요구합니다.

시는 가구마다 태양열 발전기를 지원하는 보상책만 내놨습니다.

매립지 주변지역의 환경개선에 할당된 돈을 도심지 공원 사업에 쓰려고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인천시 관계자 : 원도심 개발에 자금이 필요해서 빌려주려 했었어요. 문학 공원인가? 몇 개 공원 있었어요. (매립지가 있는) 서구 쪽은 아니고요.]

인천시는 쓰레기매립지 계약연장으로 수십조 원의 경제적 이득을 본다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지역 주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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