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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남경필·김세연…“알곡 빠진” 바른정당-국민의당 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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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 막전막후 182

재벌개혁 주도했던 김세연·남경필 동반 탈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 지낸 합리적 보수



한겨레

정치는 명분과 현실의 조화입니다. 아무리 화려한 명분을 내세워도 현실이 받쳐주지 않으면 정치를 할 수 없습니다.

바른정당은 ‘합리적 보수’, ‘개혁적 보수’라는 명분을 가진 정당입니다. 바른정당 정강·정책의 제목은 ‘깨끗하고 따뜻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입니다.

“이제는 민주주의와 공화주의에 입각한 새로운 정치를 구현하고, 국가발전 시스템을 혁신해야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보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라는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고, 국민과 함께 과감하게 보수혁신의 길에 나서고자 한다.”

멋지지 않습니까? 부패한 보수, 차가운 보수가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로 진화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 전체가 균형을 잡고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른정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 와중에 창당했습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도 없었을 것입니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은 한때 33명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김성태 홍문표 의원 등이 탈당하면서 의원이 20명으로 줄었고, 지난해 11월 김무성 의원 등 9명이 탈당하면서 11명으로 줄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이 9일 바른정당을 탈당했습니다. 국회의원이 아니지만 광역단체장으로 정치적 비중이 큰 남경필 경기지사도 9일 바른정당을 탈당했습니다.

남은 사람은 이제 국회의원 10명입니다. 유승민(대구 동을), 박인숙(서울 송파갑), 오신환(서울 관악을), 유의동(경기 평택을), 이학재(인천 서갑), 이혜훈(서울 서초갑), 정병국(경기 여주·양평), 정운천(전북 전주을), 지상욱(서울 중·성동을), 하태경(부산 해운대갑)입니다. 광역단체장은 원희룡 제주지사도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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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김세연 의원(오른쪽)이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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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가운데 이학재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의 탈당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바른정당은 어디까지 가라앉는 것일까요? 그보다도 국회의원이나 단체장들은 바른정당에서 왜 자꾸 탈당하는 것일까요? 김세연 의원은 ‘당적 변경에 대한 입장’을 이렇게 밝혔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그간 지역에서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저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해 온 당원 동지들의 뜻을 받들어 자유한국당으로 복귀하겠습니다.

바른정당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국민과 당원들, 남아 계시는 동료들, 특히 함께 뜻을 세워 오신 청년 여러분 생각하면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어디에 있든 제가 서 있는 곳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도록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해 가겠습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습니다.

“저는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합당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생각이 다른 길에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수와 나라의 미래를 위해, ‘선(先) 보수통합’ 후 중도로 나아가 ‘대통합’을 이루어야 합니다. 합당에 동참하실 분들의 건승 또한 빕니다. 대통합의 길에서 우리가 다시 만나기를 희망합니다.”

김세연 의원은 정치적 동지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고, 남경필 지사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동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좀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맥락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바른정당 탈당 사태의 원인을 유승민 대표의 리더십 부족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런 면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첫째, 반기문 효과입니다. 정확히는 반기문 낙마 효과입니다.

바른정당은 정치 공학적으로 따져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몰락으로 재집권이 어렵다고 본 김무성 의원 등 비박근혜계 의원들이 반기문이라는 새로운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갑자기 대선 출마를 포기하고 주저앉자 대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둘째, 지방선거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홑몸이 아닙니다. 각 지역구의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들과 사실상 한몸처럼 묶여 있습니다.

바른 정당 지역구 국회의원 중에서 자신과 가까운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후보자들에게 바른정당 공천장을 줘서 당선시킬 수 있는 실력자가 얼마나 있을까요? 자칫 잘못하면 지방선거 이후 지역구 국회의원 혼자 남게 되는 결과를 맞게 될 것입니다. 지역에서 고립된다는 것은 21대 총선 낙선을 의미합니다.

아무튼 김세연 의원과 남경필 지사의 탈당은 국회의원 한 사람과 광역단체장 한 사람이 탈당했다는 숫자의 의미보다 더 큰 의미가 있습니다.

두 사람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부자 아버지 덕분에 정치를 할 수 있었던 ‘금수저’ 출신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실은 두 사람이 개혁적 보수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안에서 재벌개혁을 주장하던 ‘경제민주화실천모임’(경실모)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남경필 지사와 김세연 의원은 이 단체의 대표를 지낸 사람들입니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페이스북에 “김세연 의원, 남경필 지사 등 알곡은 빠져나가고 쭉정이 몇석 가지려고 뺄셈 정치 하시면 안 됩니다”라고 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천정배 의원도 남경필 지사의 탈당에 대해 트위터에 이렇게 썼습니다.

“남경필 지사께서 바른 정당과 국민의당의 합당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여집니다. 그는 우리나라에 천연기념물처럼 희귀한 합리적 보수 정치인인데 안타깝게도 이런 분들이 설 땅이 매우 척박하네요. 어디로 가든지 보수개혁의 과제를 꼭 이루시기 바랍니다.”

김세연 의원이나 남경필 지사는 정치인입니다. 정치인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합니다. 두 사람은 이번 탈당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이 그동안 쌓은 개혁적 보수의 이미지가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유승민 대표는 기자들이 김세연 의원의 탈당에 관해 묻자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글쎄요 그 어.. 뭐 다른 누구보다 김세연 의원 탈당에 대해서는 그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예, 그 누구보다도 개혁 보수의 길을 같이 갈 거라고 믿었던 분인데.. 예,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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