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작
장지에 모필세워 수직으로 찍듯…우연에 맡겨
농담 변화없이 튕겨나간 먹물이 만든 선·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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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촘촘한 그물에 먹물이 엉킨 듯하다. 가로세로로 방향을 가리지 않고 가늘게 또 두툼하게 머금은 먹의 잔상이 진하다.
원로작가 이길원(69)은 묵향으로 세상을 표현한다. 장지에 모필을 세워 수직으로 찍듯이 내리치는 반복적 행위로 화면을 채운다. 굳이 농담의 변화를 주지 않고도 주변으로 튕겨나간 먹물이 다양한 선과 얼룩을 대신 남겨주는 식이다.
붓질이 일정한 것도 아니다. 붓을 쥔 힘의 정도에 따라, 속도에 따라, 시간에 따라, 그것도 아니라면 감정에 따라, 때론 강하게 때론 약하게 매순간 우연으로 빚어낸다. 그림을 애써 그린다기보다 자연 돌아가는 이치에 다 던져둔 듯하다.
덕분에 ‘2017-Y-803’(2017)와 같이 ‘자글자글한’ 흑백의 대비를 완성했다. 추상보다 강렬한 수묵이다.
10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효자로7길 아트팩토리서 김범중·한상진과 여는 3인전 ‘모노룸’에서 볼 수 있다. 한지에 먹. 73×73㎝. 작가 소장. 아트팩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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