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범-피해자 뒤바뀌어 억울한 사례 많아"
고기봉 화재조사관© News1 |
(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화재조사에 따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완전히 뒤바뀐다. 화재로 전 재산을 잃는 것은 한 사람에게는 치명타다. 이 억울함은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렇게 억울함을 당하는 경우가 우리 주변에 광장히 많다."
강원도 고성소방서 거진119안전센터장 고기봉 화재조사관은 지난 1994년 소방공무원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현재까지 15년째 화재조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화재조사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올 3월에는 근정포장을 받아 지난 5월 화재조사관 전국 최초로 소방경으로 특진했다.
16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그는 "지난 15년간 화재조사를 하면서 전 재산을 화마에 빼앗기고 엉엉 울고 있는 사람, 화재로 인해 남편과 자식을 잃고 넋이 나간 부인, 화재로 인해 자식을 잃고 망연자실하고 있는 부모, 화재로 전 재산을 잃고 보험사로 부터 구상권을 당해 억울해 하는 사람 등 화재 피해관계자들의 아픔을 너무도 많이 봤다"며 "이런 억울한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화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현재까지도 우리 사회 분위기가 화재조사의 중요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화재피해 이재민의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재피해를 입은 이재민들은 화재로 인한 당혹감과 화재조사에 관한 전문지식 부재로 인해 항상 약자다. 이들을 도와 줄 수 있도록 변호사 제도와 유사한 '민간 화재조사관 조기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1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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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조사관 역할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했다. 화재조사는 화재 발생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분석 결과를 국가 화재예방정책에 반영해 유사한 화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그는 "민사 혹은 형사 재판에서 화재 현장의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도록 화재현장조사 보고서를 자세를 기록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피해자와 가해자가 바뀌어 방화범이 풀려 날 수 있고, 반대로 억울한 사람이 방화범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화재조사관들은 재판에 참고인으로 불려가는 경우가 많다. "춘천에서 일었던 방화사건인데, 유통업에 근무하던 A씨는 회사를 그만두면서 자신이 몰던 차량을 훔쳐 나왔다. 유통 회사에서는 GPS로 추적해 해당 차량을 압수하려고 직원 3명을 보냈다. 양측이 차량을 놓고 옥신각신 하는 사이 A씨는 차량에다 기름을 부었다. A씨는 결국 방화점으로 구속됐다. 그런데 이후 판사가 A씨의 고의성 여부를 따지기 위해 조사관인 나를 불렀다. 고의성이 있으면 방화범으로 크게 처벌되는 상황에서 A씨가 '고의가 아니라 담배를 피려다 불이 기름에 옮겨 붙었다'고 계속 주장했기 때문이다."
고 화재조사관은 "방화범의 경우 자신이 불을 내놓고 소방관을 도와주거나 불난 현장을 목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그래서 목격자들을 카메라로 촬영하거나 주변 CCTV까지 전부 뒤진다"고 말했다. 또 "조사관들은 때로는 제조물에서 불이 난 경우 제조물 회사로 '제조물에 하자가 있다'고 피드백을 주기도 한다. 실제 한 미용기기 사장에게 '설계가 잘못됐다'고 얘기했더니 처음에는 펄쩍 뛰더니 나중에는 설계변경까지 하고 해외로 까지 팔려나간 기기를 전부 회수했던 사례도 있었다"고 전했다.
pj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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