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사람들에게 생소…'119의 꽃'으로 불리기도
지난 11월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청사 1층 상업시설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잔불확인 및 화재조사를 하고 있다. © News1 유승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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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정양 기자 = 지난달 20일 광주광역시 북구 공동주택에서 불이 났다. 김치냉장고에서 발생한 불로 김치냉장고가 몽땅 불에 탔다. 집안 곳곳에는 그을음 피해가 심각했다. 집주인 나모씨는 화재 현장에 출동한 화재조사관으로부터 제조물책임법에 의해 보상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나모씨는 곧바로 제조회사에 문의했고 이후 총200만원의 피해보상금을 지급받았다.
지난 8월에는 강원 양양군의 한 다세대 주택 세탁기에서 난 불이 집안 전체로 옮겨 붙었다. 현장에 출동한 화재조사관은 이 집에 거주하는 조모씨에게 세탁기 결함에 따른 화재로 보상을 가능하다는 점을 알려줬다. 조모씨는 제조회사에 문의해 세탁기와 집안 내부 복구비용 등 총3000만원의 보상을 받았다.
불이 나면 화재를 진압하고 사람을 구출하는 소방관들 사이에서 카메라를 들고 현장 이곳저곳을 누비는 소방관이 있다. 바로 화재조사관들이다.
16일 소방청에 따르면 994명(올 7월 기준)의 화재조사관이 전국 19개 시·도 211곳의 소방서에서 활약중이다. 이 가운데 13개 시·도는 2인1조로, 6개 시·도는 1명의 화재조사관이 단독으로 활동한다.
화재조사관들의 가장 큰 임무는 119 최초 신고자의 진술을 분석하고 잿더미 속 작은 단서를 찾아 화재발생 원인을 규명해 화재조사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이다. 조사서는 화재에 대한 법적다툼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재조사관은 화재 출동 벨이 울리면 불을 끄는 소방관들과 함께 출동한다. 최초 발화지점을 찾아내야하기에 동료 소방관들이 불을 다 끄고 돌아간 뒤에도 현장에 홀로 남아 연소흔적 등 증거를 확보하고 피해규모를 조사한다. 공기호흡기 등을 착용하나 불을 끄는 소방관들보다 화재현장에 잔류해 있는 포름알데히드와 시안화수소 등 유해물질에 대거 노출되는 시간이 길다.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제선청사 1층 상업시설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잔불확인 및 화재조사를 하고 있다. © News1 유승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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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격자 진술이다. 한 화재조사관은 "화재현장은 목격자나 관계자의 진솔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화재조사관들은 이 진술들을 녹음하고 메모해 둔다.
화재발생 원인도 규명해야 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발화점을 발견하기 수월하다. 조사관들은 화재가 발생한 지점 인근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동서남북으로 증거사진을 찍고 최초 발화점을 찾는다. 20~30쪽 분량의 화재조사서 작성은 짧게는 3일 정도 걸리나 전문가 의견이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감정기관 등에 의뢰할 경우 몇 달씩 걸리기도 한다.
화재조사관들은 법원에 증인으로 자주 출석한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인신공격을 받기도 한다. 다른 화재조사관은 "재판까지 갈 경우 관계자들의 화재 진술들이 최초 진술과 다를 때가 종종 있다"며 "이 경우 '조사서를 왜 그렇게 썼느냐'며 인신공격을 당할 때가 많다"고 전했다.
화재조사관들은 올해만 해도 전국에서 발생한 2208건의 화재 중 26건에 대해 제조물 화재로 재산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조력역할을 했다. 이로 인한 피해보상액은 1억4000만원에 달한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의 결함으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 제조업자의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고 있다.
화재조사관은 예리한 통찰력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는 세심함이 필요하다. 조사관을 하려면 소방관으로 들어와 중앙소방학교에서 주관하는 12주간의 전문교육을 이수한 후 화재조사관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시행하는 화재감식평가기사 자격증을 따야 한다. 소방관들 중에서 주로 지원을 받는다.
현장에서 직접 불을 끄는 소방관들과 달리 마치 탐정처럼 화재의 원인을 찾는다는 점에서 '119의 꽃'으로 불린다. 그래서 자부심을 느끼는 화재조사관들이 많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화재조사관을 한직으로 여기기도 한다. 또 다른 조사관은 "나에게 잘 맞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임하고 있지만 조직내에서 내근직으로 여겨 급여도 적고 승진이 늦은 한직에 속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pj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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