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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백화점, 프리미엄 소재 대중화 열풍-백화점, 프리미엄 소재 대중화 열풍 50만원 밍크 촉감 코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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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를 꼼꼼히 따지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패션업계에 프리미엄 소재의 대중화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과거에는 유명한 브랜드면 덥석 제품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가격과 품질을 깐깐하게 따지고 있다. 더 이상 패션 브랜드들이 제시하는 디자인에 대해 소비자들이 예전처럼 큰 가치를 두지 않게 되면서 소재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 때문에 캐시미어 같은 고가 소재에서 거품을 걷어내고 합리적인 가격대로 선보이는 브랜드들이 많아지고 있다.

소재 중심의 소비 성향에서 각광을 받은 소재는 단연 캐시미어다. 캐시미어는 소재의 희소성 때문에 ‘섬유의 보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고급 소재로 인식돼 왔다. 캐시미어는 울에 비해 더 가늘고 촘촘해 촉감이 부드럽고, 합성소재에서 나타나는 광택과 달리 은은한 광택 덕분에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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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코어 룩’이 캐시미어의 대중화 선도

평범함을 추구하는 ‘놈코어 룩(Norm core look)’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대중적인 스타일로 자리 잡은 것도 캐시미어 대중화에 기여했다. 과거에는 패션이 특별한 날을 위해 차려 입기 위한 아이템으로 인식됐지만, 이제는 일상 속에서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꾸민 룩이 멋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에 올라탄 곳이 유통업계 공룡인 신세계백화점이다. 신세계백화점은 유통업체지만 아예 자체적으로 캐시미어 브랜드인 ‘델라라나’를 내놓고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나섰다.

해외 직구가 확산되고 저렴한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가 득세하면서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는 백화점이 프리미엄 소재를 무기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 캐시미어라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디자인은 단순하지만 소재가 좋으면 승부할 수 있는 카테고리인 것이다. 델라라나는 최고급 캐시미어 브랜드로 유명한 로로피아나 원사를 사용하면서도 일반 캐시미어 제품보다 가격대를 절반 수준으로 낮춘 40만~60만원대로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고객들이 신세계백화점에 대해 갖고 있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살려 전개할 수 있는 것이 캐시미어라고 판단했다”면서 “디자이너를 직접 채용하고 마케팅도 직접 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캐시미어 의류는 다른 옷과 달리 소재가 중심이 되고 디자인이나 패턴은 브랜드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 특징. 때문에 의류 전문업체가 아니더라도 소재 부문의 경쟁력만 확보되면 유통업체도 뛰어들 수 있는 분야다. 실제 매출에서도 인기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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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론칭 이후부터 올 10월까지 매출은 당초 목표치보다 30%나 많았다. 이는 신세계백화점에 입점된 캐시미어 브랜드 중 가장 높은 매출 상승폭이다. 이 관계자는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소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백화점에도 가성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현 추세와 잘 맞는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그룹 산하 패션 업체인 한섬도 2015년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 ‘더 캐시미어’를 론칭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캐시미어 전문 브랜드의 경우 로로피아나 등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만 존재했지만 더캐시미어는 해외 유사 브랜드보다 가격을 30%가량 낮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론칭 전 테스트를 위해 2014년 압구정본점에 팝업스토어를 열었는데 오픈 25일 만에 매출액 5억원을 돌파했다”면서 “압구정본점 3층 의류 브랜드 팝업스토어 운영 역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더캐시미어는 전체 상품의 약 70%가 캐시미어를 사용했을 정도로 브랜드 정체성을 캐시미어에 두고 있다.

제품을 100% 국내에서 제조해 내구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트렌드를 반영하든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도 100% 캐시미어 제품을 내놓으며 가격 낮추기에 가세했다. 가격대가 10만원 미만이어서 기존 제품들보다 가격 경쟁력이 월등한 것이 무엇보다 장점이다. 100% 캐시미어 여성용 크루넥, V넥, 터틀넥 스웨터는 가격이 8만9900원(남성용은 9만9000원)이다. 캐시미어 니트 글러브와 캐시미어 니트 비니는 3만9900원, 캐시미어 머플러는 4만9900원으로 가격 저항을 크게 낮췄다.

세계 최대 규모의 캐시미어 전문 공장과 협력해 원모 조달부터 상품화까지 모두 일괄적으로 관리해 가격을 크게 낮춘 것이 경쟁력의 열쇠. 그러면서도 세계 유수의 캐시미어 산지인 내몽골 지역의 우수한 원모만 엄선해 사용한다. 크루넥·브이넥·터틀넥 스웨터뿐만 아니라 카디건, 모자, 머플러, 장갑 등 캐시미어 소재를 활용한 상품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캐시미어 스웨터는 매해 밀리미터 단위까지 실루엣 등 디자인을 검증해 제품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유니클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유행을 적게 타고 꾸준히 입을 수 있는 의류를 찾게 되면서 캐시미어가 주목을 받았다”면서 “이 같은 대중적인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브랜드들이 캐시미어 시장에 진입해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유니클로 캐시미어는 언제 어디서나 모두가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뛰어난 품질의 옷을 제공하고자 하는 ‘라이프웨어(LifeWear)’ 철학을 대표하는 상품군”이라고 설명했다.

홈쇼핑도 캐시미어에 대한 수요를 반영해 관련 상품을 발 빠르게 도입했다. CJ오쇼핑은 지난 9월 세계 최대 캐시미어 전문업체인 고비사의 대표 의류 브랜드인 ‘고비 몽골리안 캐시미어’의 터틀넥 니트와 후드 코트를 업계에서 단독으로 선보였다.

코트 한 벌 가격이 39만8000원, 터틀텍 니트 풀오버는 13만8000원으로 합리적이다. 고비 몽골리안 캐시미어는 일본 도쿄, 독일 베를린, 벨기에 브뤼셀 등 전 세계 52개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이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출신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자체 완제품 브랜드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CJ오쇼핑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독일 베를린 현지 매장에서 동시 판매되는 제품이다.

지난 9월 27일 첫 방송에서 판매한 니트코트(39만8000원)는 방송이 시작된 지 15분 만에 전 상품이 매진되며 목표 대비 3배에 달하는 성과를 냈다. 두 번째로 방송한 ‘캐시미어 100% 리버시블 코트(99만원)’와 ‘슬림 니트 원피스(19만8000원)’도 방송 시작 20여 분 만에 매진됐다. 99만원이라는 고가 제품이 단시간에 완판된 것은 소재에 대한 프리미엄은 기꺼이 지불하겠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홈쇼핑 업체들이 최근 고급 소재를 도입하고 해외 유명 브랜드와 협업을 추진하면서 강력한 가성비를 갖춰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 고비 제품은 방송 5회 동안 누적 주문금액이 7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시간당 13억원을 넘는 판매 기록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원사 생산부터 완제품 제조까지 고비사에서 진행해 고가의 프리미엄 캐시미어를 매우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일 수 있었다”면서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이라는 것을 인지한 소비자들의 구매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고비는 홈쇼핑과의 협력 이외에도 고비코리아를 통해 신사동 가로수길에 로드숍을 열고 국내 캐시미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매장과 편집숍, 백화점, 면세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강산 고비코리아 대표는 “프리미엄 소재를 찾는 소비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원사 제공부터 디자인 개발, 상품 기획, 출시에 이르기까지 국내 패션업체들과의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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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퍼’도 가성비 앞세워 각광

핸드백 브랜드인 이카트리나뉴욕도 캐시미어 열풍에 동참했다. 홈쇼핑 브랜드인 ‘H by 이카트리나뉴욕’은 홈쇼핑을 통해 캐시미어 머플러를 선보였다. 양질의 캐시미어가 150~155g 사용됐다. 이는 염소 한 마리에서 채취할 수 있는 양을 넘는 분량이다. 폭 35cm에 길이 204cm로 넉넉해 목 전체를 감싸기에 충분하고, 두 번 돌려 감을 수 있어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 모피도 가성비 열풍에 동참했다. 팔 부위가 없는 조끼형 디자인, 가죽 등 다양한 소재와 함께 제작된 상품들이 늘어나면서 과거 500만~600만원대이던 가격이 200만~300만원대로 낮아지는 추세다.

‘나우니스’, ‘르보’, ‘안나리사’ 등 캐주얼 모피 브랜드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구매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모피 매출을 분석한 결과 50~60대 이상의 매출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30~40대의 매출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는 에코 퍼도 인기몰이 중이다. 최근 아르마니나 구찌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이 동물의 털을 사용한 모피 제작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페이크 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과거에는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했던 페이크 퍼가 이제는 가성비 높은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운영하는 여성 캐주얼 브랜드 지컷은 최근 에코 퍼 컬렉션을 내놨다. 우수한 품질의 페이크 퍼를 써서 촉감과 보온성은 우수하지만 실제 퍼에 비해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원단을 자체 개발해 제품을 만들었고, 평범한 디자인의 코트나 패딩 대신 블루종, 리버시블 야상, 조끼, 테디베어 코트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놨다. 화이트 퍼에 레오퍼드 패턴이 들어간 코트는 39만9000원으로 상당히 합리적인 가격대를 자랑한다.

밍크와 착각할 정도고 촉감이 부드럽고 따뜻한 퍼 코트와 베스트는 49만9000~59만9000원이다. 곰인형처럼 부드럽고 폭신한 소재의 테디베어 코트는 짧은 길이와 긴 길이로 나뉘어 출시됐는데 가격은 39만9000~79만9000원이다.

이동규 신세계인터내셔날 지컷 상품 파트장은 “과거에는 모피가 중년 여성들이 입는 옷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모피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서 “페이크 퍼는 동물 모피보다 디자인과 색상이 다양하고 가격이 좋아 매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다영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7호 (2017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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