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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백척간두에 있지만 새 세계로 한걸음 더…"한상범의 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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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혁신성과 발표

매일경제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14일 경기도 파주 사업장에서 개최된 `혁신 성과 발표회`에서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혁신을 다짐하는 서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LG디스플레이]


"까마득한 절벽 끝에 서서 한 걸음 내디디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百尺竿頭進一步 十方世界現全身)."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이 올해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당나라 고승 장사의 말을 인용하며 내년 심기일전을 다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4일 경기도 파주사업장에서 올해 혁신 성과 발표회를 하고, 내년 TDR(Tear Down & Redesign·풀어헤쳐 새로 디자인한다는 뜻의 혁신 활동) 출정식을 열었다. 한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내년은 한계 돌파를 통한 새로운 도약의 해"라고 강조하며 '1등 LCD(액정표시장치), 1등 OLED(올레드) 실현'을 목표로 내걸었다.

한 부회장은 "내년에는 LCD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OLED로 확실한 시장 선점을 할 것"이라며 "지행합일의 강한 실행력을 발휘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극대화하자"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은 이어 '매우 위태롭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로 알려진 '백척간두'의 원문을 인용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자고 당부했다.

한 부회장은 "'백척간두진일보 시방세계현전신'이라는 말처럼 지금은 백척 대나무 꼭대기에 서 있어 더 나아갈 길이 없어 보이지만 용기를 내 힘차게 한 걸음 내디딘다면, 더 멀리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부회장이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백척간두의 위기의식을 당부하고 나선 것은 자칫 '과거의 숫자'에 취해 부지불식간에 다가오는 위협 요인을 간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숫자만 놓고 보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더할 나위 없는 성과를 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올 들어 3분기까지 전년보다 무려 494%나 많은 영업이익 2조4171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에 성장률이 다소 둔화하더라도 연간 영업이익이 첫 3조원대로 역대 최고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한발 앞선 과감한 투자와 혁신 덕분에 최고 실적을 내고 있지만 여기에 안주할 틈이 없다는 게 한 부회장의 생각이다.

중국의 추격과 일본의 부활 등으로 내년에는 LCD와 OLED 모두 안팎으로 녹록지 않은 경영 환경이 펼쳐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당장 중국 기업들의 거센 공세로 주력 LCD 가격이 급락세를 보여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OLED TV 시장도 초기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시장의 신뢰를 쌓아 규모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한 부회장은 공격적인 투자와 끊임없는 혁신 노력만이 눈앞에 닥친 한계를 돌파하고 후발 주자를 따돌리는 유일한 무기로 보고 구성원들에게 긴장의 끈을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는 분석이다.

LG그룹은 최근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간담회를 하면서 내년 19조원에 달하는 국내 설비투자 계획을 전했는데, 이 가운데 상당액을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LG디스플레이는 해외 공장에 대한 신규 투자를 통해 시장 다변화에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달에 베트남 하이퐁에서 OLED 모듈 공장을 완공한 후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고, 중국 OLED 공장 설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 부회장은 신규 투자와 함께 대대적인 혁신 활동으로 기존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도 주력할 방침이다.

공장 혁신을 독려하기 위해 LG디스플레이는 이날 40개 TDR에 대한 시상식과 함께 내년도 혁신 운동을 전개할 55개 TDR 출범식을 진행했다. 올해 TDR '월드 넘버 원' 상은 OLED TV 성능과 원가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 뉴챕터TDR 등 3개 팀이 받았다. 수상자들에게는 특별 포상금과 함께 해외여행 등 혜택이 돌아갔다.

[황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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