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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지정학이 예견한 미래…"北 붕괴땐 亞운명 안갯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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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중국의 지리가 가장 불완전한 곳은 역시 정치적 국경이 변할 개연성이 높은 한반도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북한은 정권이 해체되어 향후 수십 년간 동아시아 전역의 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 지역의 진정한 핵이 될 것이다."

이 책 '지리의 복수' 311쪽에 나오는 주장이다. 11장 '중국 패권의 지리' 부분인데 이어지는 얘기는 이렇다. 만주에서 돌출된 부속지 한반도는 중국 동북부 해상 교통권을 죄다 장악하고 있다. 한반도가 과거 이 나라 조공국이었지만 중국이 앞으로 한반도를 병합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불가능해서다. 이어서 책은 "중국이 김정일과 김정은의 스탈린식 정권을 지지해준 것은 그들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북한의 '지리'에 대한 욕심이 컸기 때문"이라고 쓴다.

'지리의 복수'는 '지리'로 보는 세계 정세서다. 아무래도 한반도와 그 주변 관계를 서술한 대목에 눈길이 간다. 미국의 보수적 입장에서 유라시아(유럽과 아시아) 열강 중국과 인접한 한반도를 바라보고 있어서다. 책은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은 중국도 통제하지 못한다"고 못 박는다. 그러면서 베트남과 독일, 예멘처럼 한반도 또한 '갑작스럽고 소란스러운 방식'에 의해 통일이 이뤄질 것이며, 이 경우 중국이 득을 보리라고 전망한다.

통일 후 '대한국'은 "대체로 서울의 통제를 받게 될 것이고, 그에 따라 중국이 한국의 가장 큰 교역국이 될 것"이란 설명이 이어지는데, 다음 대목 또한 새겨들을 만하다. "통일 한국은 한반도보다 규모가 크고 지난날 자국을 통제, 영유하려고 했던 이웃 나라 중국과 일본에 대한 적대감이 저변에 깔린 민족주의 국가가 될 것이다. 두 나라 중에서도 특히 1910~1945년 한반도를 강점한 일본에 대한 적의가 강할 것이다."

책은 기본적으로 한반도 통일을 그리 머지않은 미래로 본다. 그러나 그 시기와 방식에 대해 분명한 해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다만 통일 한국이 중국에 기우는 것은 미국으로선 탐탁지 않은 일이라 본다. "통일 한국이 일본과 멀어지고 중국 쪽으로 약간 기울게 되면 미군이 그곳에 계속 주둔해 있을 이유도 전혀 없거나 혹은 거의 없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일본의 재무장이 촉진될 것이다."

책이 난삽해 순차적으로 읽기보단 2, 3부부터 읽는 것이 나을 수 있다. 1부의 경우 '지리' 관련 석학들의 주장을 어지럽게 모아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체는 저자가 의존하는 지정학자 해퍼드 J 매킨더의 다음 주장으로 수렴된다. "유라시아 심장 지대를 차지하는 자가 유라시아 전체를 지배하고 나아가 세계를 지배한다." 여기서 유라시아는 유럽과 아시아 전체다.

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접경지대에 '장벽'을 세우는 이유, 중동 국가들이 이슬람국가(IS) 박멸에 애를 먹는 배경, 중국과 인도의 영토 분쟁 맥락, 미국 쇠퇴 후 세계 판도 등 국제 정세와 관련한 '지정학적' 분석들을 제시한다. 그렇다고 '지리 결정론'에 빠지진 않으며 몇몇 장은 꽤나 설득력이 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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