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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한방병원 천국` 광주, 알고 보니 가짜환자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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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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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 와글와글-2] 병원 행정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전부인 A씨. 그는 2013년 10월 광주 광산구의 한 빈 건물에 한방병원을 차렸다. 병원 명의를 빌릴 한의사 한 명도 고용했다. 의사 자격이 없는 일반인이 병원을 운영하는 일명 '사무장 병원'이다.

병원은 병실, 진료실, 침구실로만 꾸며졌다. MRI, CT 등 고가 의료장비는 없다. 병원에 들어간 돈이 1억원도 되지 않았다. A씨는 '가짜 환자'들을 끌어모았다. '무단 외출·외박은 당연히 가능하다. 입원 등록만 해달라'고 했다. 교통사고 환자들이 주요 타깃이었다. 한의사는 입원하지도 않은 환자들을 치료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거짓으로 작성해 요양 급여비 등을 청구했다. 지난 4월까지 3년6개월 동안 30억원가량을 부당하게 챙겼다.

이 기간에 가짜 환자 행세를 한 165명은 허위로 작성된 입·퇴원 확인서를 발급받아 3억5000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사무장병원과 가짜 환자 입장에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었다.

광주광역시는 '한방병원 천국'으로 불린다. 그러나 한방병원이 보험범죄의 창구 역할을 하는 것으로 지목돼 큰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년 35개였던 광주 지역 한방병원 수는 2012년 47개, 2014년 65개, 2016년 85개, 올해는 최고 116개까지 늘었다가 103개(7월 말 현재)가 운영 중이다.

전국에 304개가 있는 것을 비교하면 34%에 달한다. 100만명당 한방병원 수로 따져보면 광주는 70개 달하고 서울과 경기는 각각 4.3개, 3.3개에 불과하다. 광주 다음으로 가장 높은 전북도 15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한방병원이 많아진 이유에 대해 △뛰어난 한방 인프라 △낮은 개설 비용을 들었다. 전국 11개 한의과 대학 중 3개 대학이 호남 지역에 있다. 연고지에서 병원을 개업하다 보니 늘었다는 평가다. 또 개설 비용도 다른 양방병원보다 적게 든다. 모텔 등 폐건물이 많고 건물 임대료도 타 지역보다 싼 데다 의료장비도 고가 장비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무장 병원이 늘어난 것도 한방병원 증가에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형호 심평원 광주지원장은 "한방병원을 개설한 병원장 가운데 면허를 취득한 지 5년도 되지 않는 사람이 절반이 넘고 한 해에 두세 곳을 돌아다니거나 타 지역을 오가는 등 정상적인 진료 개설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어 "한방병원을 인수하는데 평균 5000만~1억원이면 된다"면서 "이 때문에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폐업과 개업을 일삼는 행태도 자주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심평원에서는 사무장 병원이 전체 한방병원의 60~7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광주 지역은 한방병원 증가와 함께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도 월등히 많다. '교통사고 나면 바로 눕는 가짜 환자'들이 급증하는 것으로 보험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보험개발원이 집계한 지난해 광주 지역 '자동차 사고 입원율'은 60.4%다. 교통사고로 다친 광주 시민 10명 중 6명은 곧바로 병원에 입원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수치는 전국 평균(35.8%)보다 무려 23%가 높은 전국 1위다. 가장 낮은 곳으로 조사된 대구(19.5%)와 제주(18.4%)보다는 3배 이상 높다.

6개월 내 보장성보험을 10개 이상 가입한 비율도 광주가 전국 1위(12.8%)다. 금융감독원이 집계(2015년 6월 기준)한 결과 보장성보험 집중 가입자 가운데 광주가 7260명이고 이들 중 입원보험금을 반복 수령한 환자도 839명이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때문에 광주경찰청은 유관기관과 함께 '보험범죄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광주청과 산하 경찰서에 18개 특별수사팀을 꾸려 특별단속을 벌이고 있다.

광주경찰청은 올해 10월 말 현재 보험사기로 1100명을 검거했다. 이를 분석해 보니 한방병원 관계자가 37명, 가짜 환자 691명 등 한방병원과 관련된 범죄자가 728명(65.6%)에 달했다.

이외에 일반 양방병원 의사 등 병원 관계자 4명, 양방병원에서 허위 입원 환자로 범행에 가담한 132명, 과다 입원 후 보험금을 청구한 176명 등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뜻하지 않은 사고나 질병에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제도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면서 "특히 한방병원에서 대부분 범죄행위가 발생해 집중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광주/박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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