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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야기 책세상] 새롭게 읽는 고전 - ‘안티고네’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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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뛰어 넘는 인간상으로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오는 고전. 익숙하고 잘 알려진 이야기와 그만큼 지배적인 해석이다 보니 정해진 관점만 계속 반복되는 양상이다. 다양한 관점의 해석을 위해서는 우선 고전의 원문을 꼼꼼히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윤리’라는 관점에서 많이 다뤄진 소포클레스의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3부작 중 《안티고네》를 살펴보자. 작품의 핵심이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대립에 있다고 한 헤겔의 주장은 이 작품을 널리 알려지게 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명성에 기대어 상당기간 중요한 해석으로 권위를 가져왔다. 삶의 양상을 반영한 복합적 대립 구도인 작품을 하나의 주장으로 온전히 읽어낼 수 있을까.

혈육의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가족의 법과, 그것을 금지하는 국가의 법 사이에서 무엇이 더 우선하는가. 옳은 두 가지 입장이 충돌하기 때문에 비극이라고 보는 헤겔의 주장은 사실 작품 전반부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다.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입장 변화와 그 입장이 낳은 결과에 주목한다면 《안티고네》를 새롭게 읽을 수 있다.

국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은 필요하지만 모든 법이 정당화 되지는 않는다. 만약 정의라는 게 있다면 법이 곧 정의라고 보는 관점도 있고, 법보다 정의가 상위에 있다고 보는 관점도 있는데, 이때 정의라는 기준으로 법을 판단하고 심판할 수 있다.

크레온의 법령은 자신도 철회할 만큼 정의에 맞지 않는다. 따라서 크레온의 법령을 국법 일반과 동일시하여 도덕, 인륜과 대립 구도로 상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노문학자이자 서평가인 로쟈는 이런 법령에 대한 순응적 태도를 정당화 시켜주는 작품 해석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작품에서 고집을 꺾지 않던 크레온은 신들의 분노를 살 거라는 충고를 듣고 마음이 흔들린다. 필연과 싸우다가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지만 너무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그리스 비극에서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깨달음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제때 깨달아야 효과가 있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서로 고집을 꺾지 않고 대립하는 크레온과 안티고네 모두 오만하고, 이 문제를 남자 여자의 문제로 약간 변형시켜 둘 다의 불행을 자초하며 탄식한다고 분석한다. 그렇기 때문에 애초에 이 작품을 이 둘의 대결 구도로만 분석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작품에서 유일하게 입체적인 인물인 크레온은 오히려 뒤늦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지만 아들과 아내의 죽음을 막지 못한다. 이 작품은 ‘안티고네의 비극’이라기보다는 ‘크레온의 비극’이라 하는 것이 더 온당하지 않을까. 헤겔 이후 《안티고네》는 주로 ‘윤리의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관점으로 독해되었지만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또 다른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이 ‘문학 속의 철학’에서 우리가 새롭게 주목할 수 있는 부분이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이현우 (‘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 저자) / 디자인 : 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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