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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文대통령 訪中] “전쟁 不容” 한목소리 냈지만…美中, 결정적일 때 한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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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中과 北급변 대응 논의” 공개

‘코리아 패싱’ 논란 재점화 우려

“강대국 논리 지정학적 상수 됐다”

전문가, 우려불식 위한 조율 조언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미ㆍ중 한반도 급변사태 대응책 논의’ 발언으로 ‘코리아패싱’(한국 무시하기) 우려가 재점화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한중정삼회담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은 용납못한다”고 또다시 강조했지만,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유사시 미군이 38선을 넘어 북한 핵무기를 확보하고, 중국은 북한의 대량난민을 통제하는 방안 등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전문가들은 15일 다자외교체제나 국제관례보다는 강대국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동북아 정세에서 코리아패싱이 더 이상 변수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중관계 전문가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급변사태 시 북한이 핵무기를 외부로 유출하는 것을 우려해 나온 발언”이라며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서 드러난 ‘작전’에는 한국의 궁극적인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인식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핵문제가 엄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간 이해접점은 넓어지고 있는 반면, 한미간 접점이 좁아지면 코리아패싱 논란이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4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 북대청에서 열린 중국 국빈방문 공식환영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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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장관의 발언을 놓고 코리아패싱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는 ‘전쟁은 용납할 수 없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우리가 인정하든 인정 안하든 코리아패싱은 강대국간 정치가 펼쳐지면 항상 나타났던 것”이라며 “강대국 정치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동북아 정세에서 코리아패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이해관계의 접점이 없으면 우리 정책이 반영이 안되고, 접점이 있으면 ‘운전대’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이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각계각층을 동원해 소통에 적극 나설 필요가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틸러슨 장관의 발언은 코리아패싱보다는 북한을 보다 압박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다만, 우리는 제재와 압박은 강화하지만 북한을 대화와 협상의 장소로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해왔다”며 “한중 정상회담에서 이 인식에 대한 공동이익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 인식에 대해 미국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미 백악관과 틸러슨 장관의 이른바 ‘혼선’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정해져있는 게 아니라는 걸 반증한다”면서 “결국 정책결정권자의 결단에 따라 정책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대북제재와 대화의 범위, 그리고 대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어느 수준의 ‘억제책’을 사용할 것인지를 얘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부원장은 “비핵화를 전제한 대북 대화에 실패했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시급하다. 특히,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북핵문제를 단순한 남북문제가 아닌 국제문제로 끌고가는 방향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부원장은 “한반도 전쟁 불용과 비핵화 등 4대원칙이 북한비핵화를 어떻게 견인할 수 있는지 미국을 설득해야 우리의 이익에 맞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소식통은 “코리아패싱 논란은 미국 정부의 ‘대북 선제타격’과 한국 정부의 별도의 대북정책을 추진을 우려하는 한미 상호간 우려가 잔재하기 때문에 불거지는 것”이라며 “우려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라도 대북정책에 있어서만큼은 각 정부와 실무진들의 역할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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