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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4대 기업에 '행동' 요구한 김상조…"혁명보다는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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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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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4대 기업들에게 자발적인 변화의 움직임을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인 14일 세종시에서 열린 출입기자와의 송년간담회에서 4대 기업 등 대기업들에 대한 대처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4대 기업들에게) 변화의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을 보여 달라는 것"이라며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각 그룹 문제점은 그 그룹에서 더 잘 알고, 해결할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며 "공정위원장이 되기 전 핵심임원들을 만나 봤는데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할 길이 무엇인지도 다 알고 있더라"고 말했다. 요는 '방법'이 아닌 '실행'에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지적이다.

단 최근 불거진 '실언' 논란을 의식한 듯, 몰아치듯 재벌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숭실대에서 열린 확대 경제관계장관회의에 다소 늦게 도착한 후 "재벌 혼내주고 오느라 늦었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를 바꾸고 공정경제를 만들고 싶지만 그 방법은 혁명(revolution)이 아닌 진화(evolution)가 돼야 한다"며 "혁명의 방법으로는 하루아침에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변화가 한 번에 그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일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내년 1월부터 컬러링 음을 영국 가수인 알 스튜어트의 '베르사이유 궁전(The Palace of Versailles)'으로 바꾸겠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노래는 처음에는 프랑스 혁명의 열기와 격렬함으로 시작하지만, 마지막 부분에는 혁명의 덧없음을 지적하며 끝이 난다. 김 위원장은 "컬러링으로 선택한 것은 후반부 때문"이라며 급격한 변화는 없음을 강조했다.

최근 공정위가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재검토하기 시작하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재심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확대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그는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바꾼다고 삼성 문제가 해결되겠느냐"며 "삼성문제 핵심은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관계인데, 공정거래법을 바꿔서 사전적으로 금산분리 규제를 강하게 하는 게 해결책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통합시스템이 그(순환출자 문제의) 해결책"이라며 "기본적 장치를 통해서 변화하고, 해당 그룹에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변화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재벌 개혁보다 갑질 해결이 경제민주화의 본령이라며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행정을 하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재벌 개혁이 좋은 건 알지만 내 삶과 무슨 상관이냐'는 이 냉소적 태도를 극복하지 못하면 경제민주화는 못 이룬다"며 "이게 내 삶과 연결되고 전제되는 것을 확신하기 위해서는 갑질 근절이 먼저"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연내 하도급 대책을 발표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는 대리점 관련 대책까지 마련하면서 민생 4대 영역에 대한 대책 마련을 완료한다. 이후 대책을 현실에 뿌리내리게 하는 작업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밀린 민원도 내년 상반기 중으로 해소한다. 김 위원장은 "지난주와 이번주 월요일 4개 지역 사무소를 방문, 신고 민원 사건을 조속히 처리하도록 독려했다"며 "민원을 해결할 능력도 없는 공정위가 무슨 개혁을 하겠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접수됐는데 캐비닛에 처박아 놓은 사건들은 처리할 수 없으면 빨리 종결하고, 할 수 있는 건 빨리 하겠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방사무소와 접수된 신고사건들, 특히 오래된 장기 사건은 어떻게든 해결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김 위원장은 "공정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재벌 구조가 달라졌다는 걸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며 재벌 개혁에 대한 의지만은 확실하게 내비쳤다.

이는 공정위가 제이(J) 노믹스의 핵심인 소득주도 성장 실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김 위원장은 "1960년대부터 30년간 고도 성장 때는 비록 특혜 경제에도 불구하고 소수 대기업의 성장 과실이 빠르게 확산되는, 이른바 '낙수효과'가 잘 작동하고 있었다"며 "지금 한국경제가 저성장·양극화를 겪는 이유는 이 낙수효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것이며, 이는 운동장이 평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낙수효과의 탑다운(Top-down) 트랙과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바텀업(Bottom-up) 트랙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 때 우리 사회에 미래가 있다"며 "바로 두 개 트랙이 선순환하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드는 게 공정위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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