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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얼어붙은 현대중공업 노사관계에 부는 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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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임금과 단체협상 시작 이후 2년째 끌고 있는 협상, 87차례 교섭과 노조의 72차례 파업, 119일에 걸친 노조의 울산시의회 옥상 점거 농성.'

조선업 불황 이후 사측의 구조조정과 분사 등 경영 개선 과정에서 얼어붙은 현대중공업 노사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지난 14일 낮 12시30분 현대중공업 강환구 사장과 현대중공업 노조(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박근태 지부장은 울산조선소 외업1관 탈의실을 방문했다. 점심시간에 쉬고 있던 직원들은 노사대표의 예고없는 방문에 놀랐으나 현장에서 겪은 힘든 점과 임단협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노사 대표는 탈의실 간담회를 가진 뒤 2도크에서 건조 중인 선박에 들어가 안전점검을 하면서 직원들의 근로 환경을 점검했다.

현대중공업 노사 대표가 사전 예고없이 생산현장을 방문해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노사는 이같은 형태의 현장 간담회를 매주 목요일 정기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노사는 현장의 목소리가 최고 경영층까지 직접 전달돼 노사간 공감대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현대중공업은 박근태 지부장이 취임하고, 노무담당 임원이 새롭게 바뀌면서 지난 몇년간 얽힌 감정의 앙금을 조금씩 풀어내고 있다. 2년째 지지부진한 임단협에 대한 입장 차이는 여전하지만 신뢰 관계 회복을 통해 연내 협상을 타결하자는데는 같은 입장이다.

강환구 사장은 지난 1일 박근태 지부장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 노조를 방문했고, 박 지부장은 취임을 전후해 강환구 사장을 비롯해 현대로틱스 등 현대중공업에서 분사된 계열사 대표와 잇따라 만남을 가졌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또 김기현 울산시장의 면담 요청도 받아들여 임단협 연내타결을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 당시 울산시는 임단협 때문에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도 면담을 요청했으나 현대차 노조는 거부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관계자는 "'노사 대표가 만나고 현장 소통을 한다고해서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다"며 "이같은 의견도 충분히 경청하고 있다. 중요한 협상에 앞서 얼어붙은 노사관계를 풀기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추운 날씨에 고생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안전점검을 통한 재해 예방을 기대한다. 현장의 목소리도 귀담아 듣고 경영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울산 =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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