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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전 세계 어린이들은 언제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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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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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84]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사라 자스케 씨는 최근 딸 소피아(9)의 휴대폰 구입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았다.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왜 안 사주느냐는 딸아이의 물음에 말문이 막혔기 때문이다. 자스케 씨는 CNN방송에 "소피아가 스마트폰을 빨리 접하면 인터넷 중독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며 "결국 일반 '폴더폰'을 사주는 조건으로 타협을 봤다"고 털어놨다.

자스케 씨는 가까스로 딸아이의 스마트폰 구입을 '저지'했지만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폰은 어린이들의 필수품이 됐다.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10~12세 미국 어린이 중 45%가 스마트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이탈리아, 벨기에 등 유럽 8개국을 조사한 결과에서는 9~16세 중 46%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었다. 독일은 6~13세 어린이의 51%가 스마트폰을 소지했다.

더글러스 젠틸레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린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은 전혀 놀라울 것이 없다"며 "스마트폰 사용은 이제 막을 수 없는 현실이 됐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 비율은 아시아권에서 높게 나타났다. 지난해 국제 학회지 '컴퓨터스 인 휴먼 비헤이비어(Computers in Human Behavior)'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어린이(11~12세)의 72%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국 어린이들은 하루 평균 5.4시간을 스마트폰을 보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성인 평균인 3.8시간보다 2시간 가까이 많다. 대만에서는 11세 어린이 중 45%가 스마트폰을 보유해 유럽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으나, 15세가 될 무렵에는 71%가 스마트폰을 보유해 사용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교육부는 지난 11일 초·중·고교에서 휴대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제도를 내년 9월부터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등교할 때 보관함에 휴대폰을 넣어두고 하교할 때 찾아가도록 할 예정이다. 교사 몰래 책상 밑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행위를 뿌리 뽑겠다는 것이다. 미셸 블랑케 프랑스 교육부 장관은 "요즘 어린 학생들이 뛰어놀지 않고 스마트폰 화면에 몰입해 있어서 교육적으로 문제가 크다"며 "학교에서 휴대폰을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영국과 이탈리아에 있는 대부분의 학교도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와이파이도 이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을 고려한 듯 페이스북은 지난 4일 13세 이하 어린이를 겨냥한 메시지 앱을 출시했다. 미국 iOS에서 시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메신저 키즈(Messenger Kids)'는 아동이 부모가 승인한 대화 상대에 한해서만 문자메세지와 영상 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어린이가 성적 위협이나 폭력적 콘텐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부모가 직접 대화 대상을 지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은 블로그를 통해 "특별히 제작된 안전 필터는 아이들이 과도한 신체 노출이나 성적 내용 등을 공유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신저 키즈를 이용하면 대화할 때 귀여운 스티커를 사용해 훨씬 더 재미있는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는 어린이들로 하여금 가족과의 대화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앱이 스마트폰 중독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마트폰을 일찍 접하는 현상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제니 레디스키 미시간대 소아과 조교수는 "연구조사와 임상 작업, 개인적인 친분 등을 통해 미뤄볼 때 어느 부모도 아이가 일찍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길 원치 않는다"며 아이들 간의 의도치 않은 모욕이나 과도한 정보 공유 등으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레디스키 조교수는 이런 메신저 앱은 이용자가 끌리도록 설계돼 독서나 수면, 일반적인 사회관계 등 일상적인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기 적절한 시기는 언제일까.

미국소아과학회(AAP)는 아이들은 휴대폰에 노출되는 '적절한 시기'는 없다고 강조한다. 다만 AAP는 2년 미만인 아이들은 화상통화를 제외하고는 디지털 기기 자체를 이용하는 것이 정서 발달에 좋지 않다고 조언했다. 또 AAP는 2~5세 아이에 대해서는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하루에 1시간으로 엄격히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달래는 용도로 스마트폰 사용을 장려하는 것은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APP는 경고했다.

[박의명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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