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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각 제약사 주요 제품과 매출 구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같은 업계로 묶여 있다 할지라도 주요 수익원이 의약품인지 다른 제품인지, 의약품이라면 해외에서 개발된 약을 단순히 국내에 도입한 제품인지 자체 개발 제품인지에 따라 사업 안정성과 수익 전망 등이 갈리기 때문이다.
제약업계 1위 유한양행은 연말까지 매출 약 1조50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실적이 자체 개발 의약품이 아닌 다국적 제약사의 블록버스터급 제품들을 국내에 도입해 거둔 실적이라는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3분기 누계 기준 자체 생산 '제품'이 아닌 외부 도입 '상품' 매출은 5814원으로 전체 매출 1조850억원의 53.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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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말까지 판매된 주요 제품을 살펴보면 길리어드가 개발한 B형 간염 치료제 '비리어드'가 1174억원어치 판매돼 전체 매출의 10.8%를 차지했다. 당뇨병 치료제 '트라젠타'와 고혈압 치료제 '트윈스타'가 각각 763억원, 562억원어치 팔렸고 뒤를 이어 고지혈증 치료제 '아토르바'와 진균감염 치료제 '암비솜' 순이었는데 모두 해외 제약사가 개발한 약을 국내 판권만 획득해 판매한 것들이었다.
업계 1위 위상에 맞지 않게 자체 개발 의약품 비중이 너무 낮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최근 유한양행은 신약 파이프라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고지혈증 복합제 '로수바미브'는 3분기 누적 매출이 1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3.2% 증가했다. 고지혈증과 고혈압을 함께 치료하는 복합제 '듀오웰'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32.8% 늘어난 120억원을 기록했다. 약 한 알에 여러 성분을 함께 담아 복용 편의성을 높인 복합제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자 개량 신약 개발에 발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유한양행이 개발해 임상시험 마지막 단계인 3상에 돌입한 고혈압·고지혈증 복합제만 4개에 달한다.
연초부터 지난 3분기까지 녹십자의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7% 늘어난 9616억원으로 1조원에 육박했다. 전체 매출 가운데 자체 생산 제품 비중은 54.4%, 이 중 알부민 아이비글로블린 등 혈액제제 비중이 절반이 넘고 나머지는 백신과 희귀병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등이 차지하고 있다. 혈액제제와 백신 판매 호조로 녹십자는 매 분기 역대 최대 성과를 경신하고 있다.
혈액제제는 혈액 중 액체 성분인 혈장에서 삼투압 유지, 면역, 지혈 등 작용을 하는 단백질을 고순도로 분리·정제한 의약품으로 올 들어 혈액제제 해외 판매 증가율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캐나다에 혈액제제 공장을 준공함에 따라 수출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이 북미에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녹십자의 혈액제제 생산능력은 270만ℓ까지 늘어나 '글로벌 톱5' 수준으로 올라서게 됐다.
회사 관계자는 "북미 시장은 동남아나 중남미 등 신흥제약 시장들과 달리 국내에서 생산된 혈장이 잘 유통되지 않는다"면서 "이번 캐나다 공장 준공으로 세계 의약품 시장 격전지인 북미 시장 진출이 원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미 시장은 전체 25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혈액제제 시장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녹십자가 2015년 개발해 작년에 출시한 4가 독감백신(한번 접종으로 4종류 독감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차세대 백신) 시장점유율도 올해 30~40% 큰 폭으로 성장했다.
광동제약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3분기 누계 매출액은 863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1% 늘어났
다. 자회사를 제외한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론 5281억원이며 이 중 29.1%인 1539억원이 삼다수 판매로 발생하고 있다. 전체 매출 중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헛개차 등을 제외하고 병원이나 약국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의약품 매출은 15% 내외에 불과하다. 병원에서 사용되는 면역주사제 매출이 305억원, 고혈압과 뇌졸중 등에 쓰이는 청심환류가 310억원어치 판매됐다.
일각에선 광동제약 전체 매출 가운데 삼다수 비중이 워낙 높다 보니 사업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다수는 국내 생수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매년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삼다수 판권을 두고 입찰을 진행한다. 현재까진 광동제약이 판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입찰에서 질 경우 전체 매출이 휘청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입찰에는 광동제약 외에도 크라운해태, 코카콜라음료를 비롯한 4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번 입찰에서 광동제약은 처음으로 영업 구역 일부를 코카콜라음료에 내주게 됐다. 슈퍼마켓, 조합마트, 온라인, 편의점 등에서는 광동제약이 삼다수를 판매하고 식당 호텔 패스트푸드점 등에서는 코카콜라음료가 판매를 맡게 된 것이다. 제주개발공사 측은 그동안 취약했던 식당 호텔 등 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영업구역을 이원화해 입찰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영업구역 이원화로 광동제약의 삼다수 매출에는 수백억 원대 공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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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은 지난 3분기 누계 매출이 68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감소했지만 이익률은 껑충 뛰었다. 영업이익은 102% 성장한 278억원, 순이익은 262% 증가한 228억원을 기록했다. 사노피와 기술 수출계약 수정에 따른 기술료 감소가 있었지만 자체 개발한 제품들이 고르게 성장하며 실적 개선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전체 매출 가운데 외부 도입 약을 비롯한 상품 매출은 9.1%에 그쳤다.
주력인 고혈압 복합제 '아모잘탄'의 3분기 매출은 357억원을 기록했고 고지혈증 치료제 '로수젯'도 214억워어치 팔렸다.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 '에소메졸'과 고혈압 약 '아모디핀' 매출은 각각 167억원이었고, 발기부전 치료제 '팔팔정' 매출도 159억원에 달했다. 모두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하거나 기존 오리지널 약을 개량해 복용 편의성 등을 높인 제품이다. 자체 개발 제품들은 일반적으로 해외 제약사로부터 도입해 파는 약들보다 수익성이 높다.
중국 계열사 북경한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8% 증가한 540억원을 기록하고 영업이익 역시 26.8% 늘어나며 개선된 것도 눈에 띈다.
종근당은 3분기 누계 매출 6404억원, 영업이익 568억원을 기록했다. 다국적 제약사들과 판권 계약 후 도입한 제품들이 크게 성장하면서 외형이 확대됐다.
지난해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판권이 이동한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자누메트·자누메트XR'의 합계 매출은 869억원으로 전체 매출 중 13.6%를 차지했다. 치매치료제 글리아티린 매출은 336억원으로 전체 중 5.24%를 차지했다. 글리아티린은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가 개발한 약물로 2000년부터 대웅제약이 국내 라이선스를 갖고 매해 600억원 이상 판매해왔다.
그러나 지난 1월 계약 변경으로 판권이 종근당으로 넘어왔다. 이후 대웅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종근당 글리아티린에 대한 대조약 지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걸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간판 제품들의 판권 이동으로 타격을 받았던 대웅제약은 '기둥 뿌리가 뽑힐 것'이라는 우려에도 올해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연초부터 지난 3분기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7% 성장해 723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305억원으로 107.5% 증가했다. 전체 제품 가운데 매출 비중이 가장 높았던 것은 '우루사'로 598억원어치 팔렸고 위염·위궤양 치료제 '알비스'와 고혈압 치료제 '올메텍'이 각각 499억원, 206억원 수준이었다.
3분기 누계 3778억원의 매출을 거둔 JW중외제약은 국내 수액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위너프, 5%포도당, 크린조 등 수액제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한다.
수액은 환자 치료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의약품'이지만 주요 매출처가 병원으로 국한된 데다 이윤도 많지 않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마진율이 높은 내분비계와 순환계 의약품 판매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지혈증 치료제 리바로 매출은 지난 9월 말까지 371억원으로 증가해 전체 매출에서 9.8%를 차지했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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