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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업계는 올 한 해가 조정시기라고 평가할 수 있다. 각 제약사가 올해 초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계획을 내놨지만 실제로는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하는 수준의 투자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하태기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0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주요 6개 상위 제약사의 2017년 R&D 투자비용은 6725억원으로 추정된다"며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17.8%, 17.0%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지만,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5.9%, 3.6%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하 애널리스트는 "상위 제약사의 R&D 투자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데, 이는 신약파이프라인에 대해 경제성 높은 프로젝트에 집중하며 비용증가를 타이트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라며 "중소형 제약사의 경우, R&D비용 절대규모가 크지 않아 매출액이 증가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R&D 투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R&D 비용이 2017년에 충분히 조정을 보인 만큼 2018년에는 증가 폭이 좀 더 확대될 전망"이라며 "R&D 비용 규모로 보면 상위 제약사는 한미약품, 녹십자, 대웅제약이 유망하고, 중소형 제약사는 유나이트제약, 삼진제약, 대원제약이 유망하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국내 제약사들의 R&D 투자액은 조금 늘어났지만, 매출액 대비 비율로는 오히려 소폭 감소한 추세를 보인다. 관절염 치료신약 '인보사'를 개발한 코오롱생명과학이나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영진약품, 부광약품 등은 R&D 투자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곳으로 꼽힌다. JW중외제약, 보령제약 등도 5% 이상의 투자비율을 보였다. 반면 퇴장방지의약품인 기초수액제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JW생명과학과 대한약품 등은 투자 수준이 미미한 편이다. R&D 투자로 결실을 맺은 1세대인 한미약품은 2013년 국내 제약기업 중 최초로 연간 R&D 투자 1000억원을 돌파한 이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진행하는 R&D 프로젝트만 29건에 달한다. 비소세포폐암 신약 올리타와 표적항암신약 포지오티님 등 항암신약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미약품이 보유한 랩스커버리 기술은 이미 얀센, 사노피 등 글로벌 제약사에 수출됐다. 한미약품은 올 하반기 공채에서 R&D 인원도 대폭 늘렸다. 또 녹십자와 대웅제약도 800억원대의 금액을 R&D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보고서에서 이들 제약사를 유망하게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약업계 역시 내년에는 R&D 분야에 더욱 힘이 실릴 거라는 입장을 표하고 있다. 신약 개발 성과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정부의 적극적 지원까지 가세하는 데다 해외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선 R&D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계산에서다. 실제로 일동제약의 만성B형간염치료제 '베시보'는 보험약가 적용을 받으며 지난달 1일 출시됐다. B형감염치료제 시장은 3000억원대 규모로, 다국적제약사 길리어드의 비리어드가 판매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베시보 약제비는 비리어드보다 25% 저렴하고, 기존 부작용을 개선한 국산 제품이기 때문에 일동제약의 효자상품으로 오를 여지가 다분하다. 이미 일동제약은 B형간염 주요 발병지역인 아시아 시장에 진출도 모색 중이다.
국내 첫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개발한 보령제약은 이 약으로 월처방액 52억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2013년 카나브를 출시한 뒤 2종 복합제 듀카브와 투베로 등도 추가로 개발했다. 현재는 대사성질환치료제나 면역항암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카나브가 18년이라는 개발기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서 태어났는데, 이때의 경험이 보령제약의 역량이 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지금 개발하는 대사성질환치료제나 면역항암제의 진행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의 제미글로도 비슷한 사례다.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는 대웅제약과 지난해 1월 공동 마케팅을 하면서 처방액이 급증했고 제미메트와 합산된 처방액은 지난 9월 이미 500억원을 넘어섰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이 어려운 만큼 블록버스터 신약이 나올 경우 제약사가 얻는 이익이 무척 크다"며 "올해 조정 국면을 거친 R&D 비용 증가율은 내년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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