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을 줄이고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엘-카르니틴(L-Carnitine)'을 아시나요?"
한동안 다이어트 제품이라고 하면 식욕억제제가 대세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제약산업이 발달하면서 단순히 체중조절만을 위한 제품보다는 운동을 통해 살을 뺄 수 있는 제품들이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에는 과거부터 존재해왔던 성분들이 꾸준한 연구를 통해 다이어트 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난 사례도 있다. 바로 '엘-카르니틴'이다.
'엘-카르니틴'은 지방이 에너지로 변하는 것을 촉진시킴으로써 인체 대사작용을 원활히 하고 에너지 생산에 도움을 주는 영양소다. '엘-카르니틴'은 육류 단백질에서 추출하며 횡문 근육(가로무늬를 띄는 근육으로 팔이나 다리 등 움직이는 부위의 근육)과 간에 존재한다. 어린이 영양강화제로도 사용된다. '엘-카르니틴'이 부족하면 근육·심근병증, 근육의 피로·위축·경련 등이 나타날수 있다. 만성으로 진행되면 저혈당증, 근무력증, 근긴장 저하, 무기력증 등의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엘-카르니틴'의 이 같은 역할을 뒤집어서 개발한 것이 바로 다이어트 제품이다. 생물학적으로 '엘-카르니틴'는 세포의 미토콘드리아 내에서 지방이나 당의 산화를 촉진해 에너지를 합성하고 대사가 이뤄지도록 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의 에너지 생산 공장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세포의 하위기관으로서 호흡과 에너지원 생성, 세포분화 촉진·사멸제포 제거 등의 역할을 한다. 또 아미노산의 분해를 막아 근육에서 합성을 돕는다. 즉, 근육을 키우고 열량을 태운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를 추구하기 때문에 식욕억제나 단순 체중조절보다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꾀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운동보조제와 에너지식품으로도 쓰이고 있다.
본래 '엘-카르니틴'의 주된 역할은 카르니틴 결핍증, 심장질환 등의 치료다. 조용균 성균관대 의대 교수(강북삼성병원 소화기내과 과장)은 "'엘-카르니틴'은 체내에서 자연적으로 합성되지 않기에 인위적인 공급이 필요하다"며 "기본적으로 음식물을 통해 조달되기 때문에 닭고기·돼지고기·소고기를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결핍증이 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육류 섭취가 부족하다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는 뜻이다. 조 교수는 "많은 역할을 하는데, 어떤 논문을 보면 남성 불임 증상에 작용하면 정자 수를 늘려준다"며 "또 근육위축이나 심혈관 질환에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뇌증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일례로 간염이나 간경화 증세가 지속되면 뇌 작용에도 무리가 올 수 있다. 기억력 저하나 판단력 저하 등이다. 이 같은 인지력 저하 증상은 증명해내기가 대단히 어려운 편에 속한다. 인지능력 검사만 1시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뇌증상도 '엘-카르니틴'이 호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엘-카르니틴'은 최근 베시보라는 B형간염 치료제의 병용 투약제가 되면서 의료계에선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 지난달 1일 보험급여 약제로 출시된 베시보는 '엘-카르니틴' 제제도 함께 보험 적용이 돼 출시됐다. 조 교수는 "베시보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출시된 B형간염 치료제이지만, 임상에서 '엘-카르니틴'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됐다"며 "연구 결과, 330㎎짜리 2개를 먹으면 지속적으로 정상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결핍증 위험 등은 극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병용 투약이 불편할 수는 있지만, 여러 간접 긍정효과가 많이 연구돼 있는 만큼 '엘-카르니틴'의 복용은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엘-카르니틴' 복용이 건강을 도울 수 있는 특정 집단에는 오히려 일석이조의 효과를 줄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엘-카르니틴'은 미국국립생물정보센터(NCBI)가 운영하는 데이터베이스 'PubMed'에서 관련 논문만 1만4000여 건이 검색될 정도로 연구 실적이 방대하다. 업계 관계자는 "영양소 하나로 이 같은 규모의 연구가 이뤄지는 것은 손에 꼽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협심증·혈성 심근병증·심근경색·심부전, 제2형 당뇨병, 만성피로 등과 관련된 연구들은 '엘-카르니틴'이 증상 예방과 상태 개선에 효과적이라고 결론을 내고 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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