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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Health] "수술에 사용되는 모든 의료기기가 감염전파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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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올해 초 대구의 한 병원에서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70대 여성이 20일 만에 패혈증으로 숨을 거뒀다. 패혈증은 미생물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반응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같은 의료감염 사고를 '수술부위 감염(SSI·Surgical Site Infection)'이라고 한다. 수술부위감염은 의료감염 사고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재원기간 연장과 진료비 증가 등을 야기하기도 한다.

의료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술부위 감염률은 2.0~9.7% 정도로 보고된다. 평균적으로 재원기간은 5~20일가량 연장되며, 진료비는 평균 215만원 더 드는 것으로 파악된다. 의료기 가운데 30%는 수술부위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약제비로 쓰인다. 이렇다 보니 분쟁도 많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2012∼2017년 2월 접수된 수술 감염 의료분쟁 조정·중재 신청은 238건으로 전체 감염 관련 분쟁 신청(528건)의 45.1%를 차지한다. 환자들뿐만 아니라 의사와 병원에도 직간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 바로 '멸균'을 소홀히 한 수술부위 감염인 것이다. 멸균(Sterilization)이란 모든 종류의 미생물과 아포를 완전히 사멸하는 것을 뜻한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실비아 가르시아-호친스 컨설턴트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병원의 수술기구들은 모든 멸균 절차를 거쳐 당연히 안전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멸균표준지침을 제대로 알고, 모두 준수하는 의료기관은 그리 많지 않아 수술기구들이 안전하지 않은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멸균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때문에 심각한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이 생긴다는 의미다. 그는 "멸균표준지침이 이행되지 않는 문제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인 문제"라며 "JCI나 미국의료기관평가기구(TJC)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감염관리와 관련해 흔히 발견되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재사용되는 수술기구의 부실한 멸균과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가르시아-호친스 컨설턴트가 말한 대로 사실 멸균은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다. 의료종사자들도 의료기구를 멸균기 안에 넣으면 당연히 멸균이 이뤄질 것이라고 여기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멸균기 처리 이후 세척을 비롯한 추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멸균을 하는 기기의 효능 확인도 주기적으로 해줘야 한다. 이처럼 멸균이행 과정은 여러 부분으로 나뉘고, 이를 모두 이행해야 비로소 '멸균' 완료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복잡하다는 이유에서 이러한 과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가르시아-호친스 컨설턴트의 설명이다.

수술에 사용되는 모든 의료기구는 감염전파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수술기구의 멸균은 외과적 감염관리의 가장 기본인 사안이다. 수술칼, 수술가위, 집게 등 수술에 사용하는 다양한 수술 기구들은 일회용 소모품을 제외하고 모두 재사용된다. 수술용품 재처리 과정에서 표준화되고 검증된 멸균 절차를 따라야만 확실히 멸균된 수술용품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멸균보다 한 단계 아래인 '높은 수준 소독'을 해도 괜찮은 기구들도 있다. 점막이나 인체 외부에 닿은 도구들이 그렇다. 그러나 무균 상태인 신체 내부(무균조직, 혈관조직 등)에 침투해 생체거사를 하거나 절개를 하는 수술도구에는 멸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일례로 장기 외부 조직 상태를 보는 내시경은 대체로 '높은 수준 소독' 이상 상태면 충분하지만, 고위험 장기로 들어가거나 용종 제거 등의 시술이 적용되는 것에는 '멸균'이 권장된다. 또 슈퍼박테리아인 카바페넴내성장내세균(CRE)에 취약한 십이지장 내시경이나 기관지·방광의 내시경도 '높은 수준 소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중이다. 가르시아-호친스 컨설턴트는 올해 초 대구에서 있었던 수술 중이나 수술 후 숨진 사례를 막기 위해선 '멸균' 이행이 제대로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공관절은 무균 상태인 조직에 외부 기구를 넣는 것으로, 멸균이 아니면 전신 세균오염의 우려가 높아지는 기구다.

최근 문재인 케어로 보장성이 높아진 임플란트도 비슷한 사례다. 가르시아-호친스 컨설턴트는 "인공관절이나 임플란트는 생물학적 지표로 멸균기에 대한 효능결과를 확인한 후 방출하는 것이 기준"이라며 "생물학적 지표를 확인하기 전에 임플란트를 환자에게 먼저 이식을 할 경우라면 나중에 생물학적 지표를 통해 멸균되지 않은 것으로 판명돼도 이미 너무 늦은 것이다. 그래서 이들 기구는 생물학적 지표감시 결과가 확인될 때까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병원들은 생물학적 지표를 이용해 모든 멸균 적재물을 감시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감염관리 수준이 더욱 향상됐다"며 "JCI에서 권장하는 기준을 따르면 의료기구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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