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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최준영의 내 인생의 책] ②전태일 평전 | 조영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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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달픈 삶에 위로를

경향신문

야학 학생 시절 이따금 교사들이 건네주는 ‘문건’을 읽었다. 그때 읽은 문건 중에서 평생 인생의 지침이 되어버린 것이 있다. 훗날 <전태일 평전>으로 출간된 문건의 제목은 ‘어느 청년노동자의 삶과 죽음’이다.

격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읽다 울다’를 반복했던 기억이다. ‘점심 먹을 돈과 집으로 돌아갈 차비를 털어 어린 시다(여공)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기 위해 풀빵을 사서 나눠준 태일은, 밤새 걷고 달리기를 반복해 무려 3시간여 만에 집에 도착했다가 잠시 눈 붙이고 다시 출근하곤 했다.’ 이 대목에서는 실없는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내 야학 교사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야학 출신인 나는 대학 입학 후 당연히 야학 활동을 했다. 그때 자주 뛰어다녔다.

이문동에서 한 시간을 내달려 종암동 부근에 도착하면 온몸이 땀범벅이었다. 차비가 없기도 했지만 늘 몸에 들러붙은 최루탄 냄새를 날려버리려는 의도였다.

<전태일 평전>은 한 번 읽고 덮어둘 책이 아니다. 삶이 고달프거나 괴로울 때마다 저절로 손이 가는 책이다.

세월이 흘러 내 노동 감수성은 무뎌졌고 변질됐지만 변하지 않는 것, 변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음은 안다. 노동자 전태일이 ‘노예의 삶’을 버리고 ‘죽어서 살고자’ 할 때까지 지켰던 삶의 원칙, 동료 노동자와 가난한 이웃이 함께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의 문장을 되새겨 본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감정에는 약한 편입니다. 조금만 불쌍한 사람을 보아도 마음이 언짢아 그날 기분은 우울한 편입니다. 나 자신이 너무 그러한 환경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준영 | 거리의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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