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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여운환 “홍준표 ‘모래시계’ 완전히 가짜…칼 배달 사건 조작해 정치 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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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채널A 캡처


1990년대 인기 드라마 '모래시계' 속 조직폭력배 두목 역할의 실존 모델인 여운환 씨가 "모래시계 속 사건은 완전히 조작되고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1년 광주지검 강력부 검사이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시 여 씨를 호남지역 최대 폭력조직 '국제PJ파' 두목으로 기소했다. 이에 재판부는 여 씨를 조직폭력배 두목이 아닌 자금책 겸 고문역으로 판단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1994년 대법원은 징역 4년형을 확정했다. 하지만 20여 년이 지난 5일 여 씨는 광주고등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여 씨는 홍 대표와의 첫 인연을 1991년 7~8월경으로 기억했다. 이날 방송에서 여 씨는 자신이 폭력조직 '국제PJ파'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강하게 주장하며 홍 대표와의 일화를 공개했다.

홍 대표에게 칼을 배달한 사건에 대해선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여 씨는 "저는 그때 홍 대표와 같은 아파트 한 동에 살았었다. 그 선물세트는 독일산 헨켈 주방용 칼세트다"고 말했다.

이어 "추석 선물용으로 산 것"이라며 제 친구가 수입 전자상이어서 (구매했다) 그런데 선물이 잘 못 갔다. 저는 그 칼세트를 홍 대표에게 준 게 아니다. 홍 대표와 한 라인에 살고 있는 제 주치의인 홍순표 씨에게 준 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운전기사가 배달을 갔는데 홍순표 씨가 해외 세미나에 가 있어서 경비실에 맡겼다"라며 "그 경비원이 홍준표에게 준 거다. 이게 내 사건의 발단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경비원이 잘못 배달된 걸 알고 다시 홍 대표에게 '배달 사고'라고 밝히고 칼 세트를 다시 찾아왔다고 여 씨는 전했다.

이어 여 씨는 "그전에 홍 대표와 만날 수 있었던 기회가 있었다. 홍 대표와 같이 왔던 친구 A 씨가 '홍준표와 인사해라'라고 하는데 제가 골프장에서 지인들하고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홍 대표를 찾아가서 인사를 해야 될 입장은 아닌 거 같아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에 함께 출연한 하어영 한겨레21 기자는 "칼 오배달과 골프장 만남 불발은 (홍 대표의) 자존심을 자극했다"며 "홍 대표가 이걸 자서전에 어떻게 묘사를 하냐면 '자기 지인이 여 씨를 만나보지 않겠냐'해서 홍 대표가 '아니 내가 조폭을 만나냐'라고 말했다고 회고한다"고 말했다.

여 씨는 '국제PJ파'와 연루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1974년도인 10대 후반에 어린 시절에 제가 방황하고 패거리들하고 몰려다니고 사고도 나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한 달 구속된 적도 있다. 바로 출소해서 74년 이후에는 군에도 자원입대하고, 바로 제대하고 결혼을 했다. 홍 대표에게 기소되기 전 17년~18년동안 작은 사소한 일로도 파출소나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간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 대표와 골프장 만남을 거절하고 그 뒤에 홍 대표가 자기 밑에 사람을 시켜서 저와의 만남을 주선했는데 (홍 대표가) 약속을 한 시간 전에 취소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1년도 9월말 쯤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홍 대표 사무실에서 '차 한잔 하자'고 해서 처음으로 직접 대면한 거다"라며 "그땐 일상적인 대화였고,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 그러다 제가 먼저 일어서고 '프랑스 출장 계획이 있으니까. 다음에 정식으로 인사드리겠다'라고 했는데 출장 간 사이에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여 씨는 "제가 당시 강력부장하고 친분이 있었다. 그런 분이 저랑 가깝게 지내는 처지라고 봐서 '감히 자기(홍 대표)한테 인사를 하자고 했는데 거절을 해?' 하는 그런 고까운 것이 첫 번째 있을 거고, 두 번째는 자기가 저와의 만남을 취소하고 나서 제가 불쾌해했다. 제가 '사무실에 찾아다니면서까지 검사님을 만날 이유는 없고 다음에 기회 있으면 또 보자'라고 냉답을 하고 전화를 끊은 게 홍 대표 생각에는 좋지 않은 시각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여 씨는 "제가 프랑스 간 걸 홍 대표가 알고, 당시 공교롭게 국제PJ파 두목으로 기소돼 1심에서 두목으로 인정돼 재판을 받던 김모 씨라고 있다. 그 사람이 항소심 만기 11일 남겨 놓고 감형을 목적으로 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자기는 부두목이고 두목으로 한 네 명정도가 더 있다고. 그 네 명 중 한 명으로 내가 지목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그 부분은 전부 1심에서 대법원까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유죄 판결 받은 부분은 검사 기소 내용에는 전혀 없던 국제PJ파 조직원의 진술이다. 그 사람 진술 하나를 법원에서 인용해 저를 자금책 겸 두목의 고문급 간부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 진술은 '여운환이 국제PJ파에서 했던 일은 뭐냐'라는 질문에 해당 조직원이 '축구 시합을 하는데 찬조금을 내놓은 적이 있고 자기 두목인 김 씨한테 사건이 나면 피해라 하는 전화를 김 씨한테 해줬다고 들었다'라고 말한 것라고 한다.

이에 여 씨는 "그런 전화를 한 적 없다. 찬조금을 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머지는 전부 무죄를 받았는데 조직원의 진술로 확정 판결 4년을 받았다. 이 부분만 재심을 청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여 씨는 "모래시계는 완전히 가짜다. 날조됐고"라며 "칼 배달 사건을 포장해서 자작하고 날조시켜 만든 것으로 홍준표는 정치에 입문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하 기자는 "심지어 여 씨가 제출한 재산 목록이 모래시계 화면에 등장한다. 그만큼 모델은 모델이었다. 하지만 여 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조작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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