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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일맛 나는 리테일①]"커서 저 아저씨처럼 될래?"…유통직종 상전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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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 근로자 저임금장시간 업무 등 기피
최근 유통기업 경쟁적으로 근로여건 개선
워라밸 열풍 타고 꾸준히 근로여건 개선
근로시간 단축·퇴근후 카톡금지 등 제도화


아시아경제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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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올해 입사 5년차인 국내 한 대형마트 정병화 대리(33·가명)는 신입사원 시절 매장 근무를 잊을수가 없다. 명절연휴 매장 지원에 나선 그는 아들과 함께 쇼핑을 나온 한 여성으로부터 "너도 공부 안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서울대를 졸업한 정 대리는 첫 직장에 입사한 후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장시간 근로와 낮은 임금. 과거 국내 유통산업 일자리는 낮은 생산성과 근로여건이 나쁜 대표적인 직종으로 꼽혔다. 특히 고객과 접점에 있는 서비스업종인 만큼 고객들의 '갑질'에도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캐셔 등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파격적인 근무여건 개선에 적극 나서면서'일하고 싶은 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내년부터 업무시간외 모바일을 이용한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이른바 '모바일 오프(Mobile OFF)' 제도를 계열사별로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또 현재 백화점 등 일부 계열사에서 운영 중인 퇴근시간 이후 PC 자동 종료 ‘PC오프’ 제도는 전계열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오후 6시30분이면 자동으로 컴퓨터가 꺼지는 PC오프제도를 도입한데 이어 지난달부터 오전 8시30분부터 PC가 작동되는 PC온 제도까지 도입했다.

신세계그룹은 내년부터 혁신적인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도입한다. 기존의 근로시간 단축은 일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임금 감소가 필연적이었지만, 신세계가 선택한 방식은 법적 근로시간인 주40시간에서 주35시간으로 줄이면서도 기존의 임금 인상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피씨오프 제도와 함께 최대 1시간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 현재 500여명의 직원이 사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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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9월부터 2시간 단위로 연차를 사용하는 '2시간 휴가제'(반반차 휴가)를 도입했다. 합리적인 연차 사용으로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과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선순환적 기업문화를 정착시켜나가겠다는 취지다. 2시간 휴가제는 하루 근무시간(8시간) 중 2시간 연차를 쓰면 임직원 개인 연차에서 0.25일을 빼는 것으로, 2시간 휴가를 4번 사용하면 개인 연차 1일이 소진되는 개념이다.

2시간 휴가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은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다. 2008년부터 '타임제도' 연차나 반차를 사용하지 않고서도 임직원들은 2시간 단위로 시간을 쪼개서 연차를 사용할 수 있다. 임직원들이 매달 자신의 시간제 연차 사용 여부를 자동으로 입력하는 시스템이다.

유통기업들이 '워라밸'을 독려하는 것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실제 올리브영은 지난 7월부터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정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는데, 제도 시행 휘 이후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 및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대한상공회의소와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국내 100개 기업 근로자 4만951명을 조사한 '한국 기업의 조직 건강도와 기업문화'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평균 수준인 주 2~3일 야근을 하는 직장인의 업무 생산성은 57%이지만, 주 5일 야근을 하는 근로자의 생산성은 45%에 불과했다. 근무시간이 짧아질 경우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을 제공함으로써 쉴 때는 제대로 쉬고, 일할 때는 더 집중할 경우 업무능률이 더 오를 수 있다"면서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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