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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신재생에너지 정책 바람타고 성장하는 ESS…대기업 앞다퉈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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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일. 남호주주(州) 주도 애들레이드에서 북쪽으로 약 200㎞ 떨어진 제임스타운에서는 테슬라의 100MW(메가와트)/129MWh(메가와트시)급 리튬이온 에너지 저장시스템(ESS)의 전원이 켜졌다. 세계 최대 리튬이온 ESS가 공식 가동한 순간이었다. 테슬라 ESS는 풍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저장했다가 피크시간대 공급한다. 완전 충전 시 24시간 동안 8000가구, 1시간 동안 3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테슬라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일런 머스크는 호주 사업을 발표하기에 앞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전기차 사업보다 ESS 사업이 더 커질 수 있다"며 “테슬라 내에서 급격하게 성장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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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흥덕구에 있는 LS산전 청주2사업장의 공장 지붕 3곳에 태양광 설비가 설치돼 있다./조선비즈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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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 부상하면서 ESS 사업이 각광받고 있다. 공급이 일정하지 않은 신재생 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해줄 장치이기 때문이다. 사용하고 남은 전기를 ESS에 저장해 놓으면 언제든 다시 꺼내 전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의 효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설비인 셈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따라 대기업들이 앞다퉈 ESS 사업 진출을 가시화하고 있다.

◆ LG화학·삼성SDI, ESS용 배터리 세계 1·2위

ESS 사업은 크게 배터리와 전력변환장치(PCS), 전력제어시스템(PMS) 등 3가지로 나뉜다.

배터리 부문에서는 LG화학(051910)삼성SDI(006400)가 성과를 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LG화학은 710MWh, 삼성SDI는 695MWh의 ESS용 배터리를 생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각각 30%와 29%의 비중을 차지하며 1, 2위에 올라 있다. 생산량은 지난해 3분기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호주 제임스타운에 있는 테슬라의 세계 최대 ESS 시스템에 들어가는 배터리도 삼성SDI의 제품이다. 테슬라가 오랜 파트너인 파나소닉 대신에 삼성SDI를 선택하면서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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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의 전력망용 ESS 랙(17단 Rack)/ LG화학 제공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나 LG화학이 테슬라 전기차용으로는 배터리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지만 ESS용으로는 공급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서 "이번 호주 사업의 경우 삼성SDI가 LG화학보다 빠르게 원통형 배터리 생산 준비를 마친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SS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인증에 실패하면서 위기에 빠졌을 때 구원투수 역할도 했다. LG화학은 중국 난징 배터리 공장 가동률이 지난해 30%대로 곤두박질치자 생산 품목을 전기차 배터리에서 ESS로 발빠르게 전환해 가동률을 70%대로 회복할 수 있었다.

◆ 효성, PCS·PMS 적극 공략...두산중공업·한화에너지 등도 뛰어들어

PCS와 PMS 분야에도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 효성(004800)은 자체 개발한 PCS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ESS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PCS는 전력을 교류 또는 직류로 전환해주는 장치다. 지난 9월 말 한국남동발전 영흥본부 태양광발전단지에 태양광발전 연계 ESS를 설치하면서 PCS와 ESS용 운영체제 소프트웨어인 PMS를 공급했다. 2014년 10월에는 전라남도 진도군 가사도에 도서지역 최대 용량인 1.25㎿ ESS를 성공적으로 설치했다. SK가스의 자회사인 SK디앤디는 지난 11월 PMS 분야 벤처회사 그리드위즈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ESS사업 진출을 발표했다.

두산중공업(034020)과 한화에너지는 ESS를 적용한 발전소 설계, 관리 운영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8월 말 경남 창원 본사 건물 옥상 등에 1MWh 규모의 ESS와 300kW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만들면서 설계, 기자재 설치, 시운전, 운영 등을 맡았다. 한화에너지도 지난달 말 새만금 산업연구용지에 위치한 햇빛누리 태양광발전소(11MW)와 인근 부지에 19MWh 규모로 짓는 ESS에 대한 설계 시공을 수행했다.

ESS 사업 진출을 예고한 후발주자들도 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지난해, OCI(010060)는 올해 각각 주주총회를 통해 ESS제조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이들 회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ESS용 배터리로 효율이 더 좋은 신기술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정부가 미는 ESS…”매년 두배 이상 성장”

국내 기업들은 ESS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발전이 확대되고 있지만 신재생 에너지의 공급이 일정하지 않은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ESS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날이 흐리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은 무용지물이 된다. ESS는 일조량이나 바람이 충분할 때 쓰지 않는 전기를 저장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꺼내어 쓸 수 있는 저장고 역할을 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세계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25억6000만달러에서 오는 2020년 150억달러, 2025년 292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량도 2015년 24GWh에서 2020년 52GWh로 연평균 1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ESS 시장은 문재인 정부가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2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면서 불이 붙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국 ESS 시장은 현 정부 이전에도 연간 두배 이상 성장했다"며 “공공기관 중심으로 ESS 설치를 의무화하고 민간 사업장 ESS 보급도 지원하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ESS 시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사가 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할 경우 인센티브를 더 주는 정부 정책이 추진되는 점도 ESS 수요 확대에 한몫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발전사에 적용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도입제도(RPS)'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계산할 때 ESS와 연계한 재생에너지의 인센티브 가중치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동희 기자(dwis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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