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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가성비 그뤠잇` 공공 산후조리원 직접 이용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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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서울 유일의 공공 산후조리원인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사진=연합뉴스


[초보엄마 잡학사전-21] "자리 났나요?" 출산 예정일이 임박하자 일주일에 두세 번씩 전화해 예약 취소가 없는지 확인했다. 서초구에 살고 있는 까닭에 송파구 지역 주민 예약이 미달하거나 취소될 경우에만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에서 산후 조리할 수 있는 기회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마침 출산을 한 달여 앞두고 운 좋게 자리가 났다고 해 퇴근길에 곧장 계약했다. 감염 예방 차원에서 배우자를 제외한 가족들 면회가 안 되고 전신마사지 등을 받을 수 없어 더러 예약을 취소하는 산모들이 있다고 한다.

'자리 전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출산 후에라도 센터에 자리가 없으면 집에서 대기했다 입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그래서 아기를 낳고 가장 먼저 센터에 전화해 자리가 있는지 확인해야 했다. '반값 조리원'이나 다름없는 공공 산후조리원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몸조리를 하고 싶었던 나는 다행히 대기 없이 입소할 수 있었다.

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는 서울의 유일한 공공 산후조리원이다. 공공 산후조리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설치해 운영하는 조리원으로, 서울 송파구, 제주 서귀포시, 충남 홍성군, 전남 해남군, 강원 삼척시 등 전국에 6곳에 불과하다. 서울 서초구 산후조리원의 평균 이용 요금(2주 기준)이 378만원인데, 송파구 공공 산후조리원 이용 요금은 송파 주민이 190만원, 타 지역 주민이 209만원이니 '반값 조리원'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산후조리원 이용 요금 현황'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시도별 평균 이용 요금은 서울 302만원, 울산 241만원, 대전 230만원 순이고, 시·군·구별 평균 이용 요금은 서울 강남 497만원, 서울 종로 390만원, 서울 서초 378만원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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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산모건강증진센터 내부 모습. 왼쪽부터 신생아실, 산모실, 옥상 휴게공간. /사진=권한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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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모 27명을 수용하는 이곳은 개원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그런지 내부가 비교적 깔끔했다. 시설이나 운영 방식 등은 여느 조리원과 다르지 않았는데 위생 관리만큼은 철저했다. 입소하는 날 입고 있던 옷과 가방 등에 살균제를 뿌리고, 물티슈가 든 택배상자도 감염 위험이 있다며 수거해갔다. 아기를 만지기 전 손소독제로 손을 깨끗이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은 모유와 분유는 다시 쓰지 않았다. 퇴소하던 날 방 안에 남은 기저귀는 폐기 처분하니 가지고 가려면 챙기라는 말도 센터의 위생 관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아 기억에 남았다.

첫째 때 모자동실을 권장하는 조리원을 이용해본 터라 모자동실은 낯설지 않았다. 하루 종일 아기와 살을 비비고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겐 큰 기쁨이었다. 센터 내 교육이 있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는 신생아실에서 아기를 맡아주니 모자동실에 대한 부담감도 크지 않았다. 소아과 전문의가 주 2회 회진했는데 친절한 진찰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국제수유상담가 자격증을 취득한 '국제모유수유전문가' 센터 실장의 지도 덕분에 '완모'도 하고 있다. 첫째 때 모유 수유가 쉽지 않아 120일 만에 포기한 터라 둘째 때는 성공적으로 해내고 싶었다. 수유 방법이나 자세로 고민하는 내게 여러 선생님들이 조언해주었고 직접 자세를 봐줬다. 여러 사람이 조언해주다 보니 방법이 달라 혼란스럽기도 했으나 내게 맞는 방법을 취해 연습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

공공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며 가장 좋았던 곳은 실외정원이다. 임신하며 불어난 살과 출산 후에도 빠지지 않는 붓기, 모유 수유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자칫 산후 우울증에 빠질 수 있었지만 잠시나마 바깥 공기를 마시며 기분 전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이나 신문을 들고 나가 읽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광욕을 즐겼다. 바람을, 비를, 계절의 변화를 느꼈다.

침대가 좁아 바닥에서 자야 했던 신랑은 2주 동안 '힘들었다'고 말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산후 조리를 해줘 가계에 큰 보탬이 됐다고 했다. 임신한 친구들에게 공공조리원을 이용해보라고 추천할 정도로 나 역시 만족스럽다. 지자체가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정부가 설치 기준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마련해 이를 충족하는 지역이 전국 시·군·구의 10%에 그친다고 한다. 개선책이 마련돼 송파구뿐 아니라 보다 많은 지역에 공공조리원이 생겨 다양한 사람이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권한울 프리미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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