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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팀장칼럼] 현대차 고객충성도 자신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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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현대자동차가 최근 두가지 보도자료를 냈다. 두 자료의 내용은 모두 2018년형으로 업그레이드한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했다는 것이다. 상품성을 개선했다는 비슷한 내용인데 결론에선 달라진다.

우선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맥스크루즈 2018년형 출시 보도자료를 정리해 보면 카카오 인공지능(AI) 플랫폼 ‘카카오i’의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 블루링크 무상 사용 기간 5년, 1열 USB 충전 포트 등을 전 모델에 적용했다. 또 지능형 안전기술인 현대 스마트센스 패키지를 기본 트림부터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프레스티지 트림부터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AVM)을 기본 탑재하는 등 안전과 편의 사양을 확대했다.

그랜저 2018년형 출시 보도자료도 비슷하다. 카카오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i’의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 현대 스마트 센스 고속도로 주행보조기술, 주행 중 후방영상 디스플레이(DRM) 등을 기본 모델에 탑재했다. 여기에 하이패스 시스템, 트렁크 번호판 LED 램프를 기본으로 추가하고, 내비게이션에 부착한 아날로그 시계의 디자인도 개선했다.

두 자료 모두 장황한 설명과 함께 다양한 옵션이 추가됐다고 늘어놨다. 하지만 결론은 현대 스마트센스, 카카오 음성기술, 블루링크 등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했다는 내용에다 모델별 상황에 맞춰 소소한 편의사항이 추가됐다는 정도다.

그런데 가격 정책은 정반대였다. 맥스크루즈는 고객이 사양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며 50만원 정도 가격을 낮췄다. 반면 그랜저는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했다며 트림별로 약 50만원 정도 인상했다.

두 모델 모두 사양을 강화했는데 그랜저와 맥스크루즈의 가격 정책이 달라진 것은 판매량 때문으로 보인다. 그랜저는 올해 11월까지 12만대를 돌파한 올해 최대 판매 모델이다. 반면 맥스크루즈 판매량은 같은 기간 6629대에 그쳤다. 많이 팔리는 모델은 가격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올리고, 안팔리는 모델은 더 팔기 위해 가격을 낮춘 셈이다.

자동차의 단가는 많이 생산할수록 낮아지게 된다. 자동차의 기능도 하드웨어가 차지하는 부분이 줄고 소프트웨어 기능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을 제외한 연식변경 모델은 소프트웨어 개선이 업그레이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결국 그랜저의 경우 차값을 지속적으로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있는데도 가격을 슬그머니 올린 것이다.

현대차가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배경은 압도적인 내수 점유율(44.8%)에 있다. 올해 11월까지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의 누적 내수 판매대수는 63만557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증가했다.

올해 3분기까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내수가 든든하게 받쳐주면서 현대차는 이 기간에 3조7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국내 소비자를 고마워하지 않는듯 하다. 잘 팔리는 모델은 슬그머니 가격부터 올리고 국내 고객과 소통한다며 만든 블로그(오해와 진실)는 별다른 이유없이 지난 7월 문을 닫았다.

소비자들의 기호는 변덕스럽다. 지난해 잘 나가던 르노삼성 SM6나 한국GM 말리부의 경우 지난해와 올초 가격 인상 이후 판매량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나중에 은근히 저가 트림 추가하고, 프로모션으로 할인한다고 떠난 소비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가격을 마음대로 올려도 언제나 사줄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현대차에 대한 고객의 충성도가 너무 낮다.

김참 사회부장(pumpkin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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