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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시론] 北 핵·미사일의 실전 배치 차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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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의 ICBM 완성 못 막아도 실전 배치 저지할 방법 있어

미사일 파괴력 무서워도 위성 연결 안 되면 고철이고

소요되는 수만개 부품도 밀수 차단하면 量産 못 해

조선일보

신원식 前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


이제 미사일 대기권 재진입 기술만 남았다. 성공하면 북한은 사실상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는 핵개발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우리는 강한 제재를 통한 북한 비핵화와 북한의 핵무장을 전제로 한 대응 체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외에 제3의 방법이 있다. 바로 핵·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차단하거나 어렵게 하는 것이다. 모든 무기와 마찬가지로 미사일도 양산(量産)을 거쳐 실전에 배치됐을 때 비로소 실체적 위협이 된다. 미사일 시험은 막지 못하더라도 양산은 우리 노력 여하에 따라 차단하거나 제한할 수 있다.

우리가 보유한 고체 연료 미사일은 대략 2000여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북한의 화성 계열 미사일은 액체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품 수만 개가 필요하다. 이 중 핵심 부품들은 탄소섬유와 내열 소재, 반도체, 자동 항법 장치, 엔진 구성품 등 첨단 기술의 집약체이다. 중화학·전기전자·우주산업 등의 광범위한 인프라가 없으면 생산할 수 없다. 북한으로선 이런 전략 물자의 상당 부분을 불법 거래 즉, 밀수를 통해 조달할 수밖에 없다. 최근 북한이 개발 중인 고체 연료 미사일은 축적된 기술이 있는 액체 연료 미사일보다 대외 의존도가 더 심할 것이다. 기본적인 연료 추진제와 첨가제부터 설비에 이르기까지 상당 부분을 자체 생산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핵·미사일과 관련 기술·부품은 수출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있다. 핵 공급 그룹(NPG), 미사일 기술 통제 체계(MTCR) 등의 국제 레짐(국제 통제 체제)과 유엔 안보리 결의안 1540호가 그것이다. 국내에서도 대외무역법과 전략물자관리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미사일이 제 궤도를 비행하려면 위성통신이 필수적인데 북한은 자체 수단이 없다. 전 세계 군사 위성 체계는 미국의 GPS, 유럽의 Galileo, 러시아의 Glonass, 중국의 Beidou 네 가지뿐이다. 북한은 은밀하게 중국과 러시아 군용 위성 체계의 도움을 받든지 상용 위성 체계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상용 위성 체계는 군용에 비해 정밀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재밍(jamming·전파 방해)에 취약하다. 그럼에도 북한이 미사일 능력을 빠른 속도로 발전시키고 있는 것은 이러한 통제 시스템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취약점을 고려해 범정부 차원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핵·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차단할 종합 대책을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 먼저 청와대가 중심이 돼 현재 외교·안보 부처에 더하여 기재부·과기부·산자부·법무부·경찰 등 관련 부처의 노력을 통합해야 한다. 국가안보실 내에 관련 비서관실을 두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제 북핵 문제는 외교·안보 사안에서 경제·과학·치안 등 국가의 모든 요소를 총동원해 대처해야 할 범정부적 사안이 되었다.

둘째, 국제 레짐과 유엔의 통제 체제가 실효성 있게 가동되도록 우리가 적극 노력하고, 미국 등 경험과 정보가 풍부한 나라들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국내의 전략물자관리제도를 더욱 면밀하게 보완해야 한다. 우선 과기부와 정보기관이 북한의 능력을 정확하게 분석해 북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품목을 식별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제재 품목을 최신화하고 국제기구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불법 수출 감시와 신속한 차단을 위해 정보기관과 전략물자관리원·경찰청·관세청 등 관련 기관 간 협업과 국제 공조도 긴밀히 해야 한다. 특히 북한이 필요로 하는 첨단 소재와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부품 중 상당 부분이 우리나라에서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해 북한에 흘러들어 갈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넷째, 북한의 위성통신 체계 접근을 제한할 대책을 국제사회와 함께 강구해야 한다. 북한이 상용 위성 체계를 이용할 경우 이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재밍과 사이버 공격 수단도 갖춰야 한다. 그 어떤 미사일도 위성과 연결이 되지 않아 자동항법장치가 가동되지 않으면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미사일 관련 전략 물자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통로와 위성 체계 접근을 차단하면 북한은 이미 확보한 부품을 사용하고 나면 지속적인 시험이 어렵고, 발사에 실패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어렵게 소량의 부품을 밀수하더라도 양산이 곤란하고 관련 비용이 폭증해 북한 능력으론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북한의 비핵화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실전 배치로 연결되는 고리를 차단해야 한다. 이는 ▲미국의 핵우산의 신뢰 제고 ▲우리 군의 대응 능력 확충과 함께 국가적 차원에서 북핵 대응의 새로운 3축(New Triad)이 될 것이다.

[신원식 前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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