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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발언대] 의료 사각에 고통받는 전립선암 환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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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달숙 전립선암환우 건강증진협회 회장


지난달 19일 '세계 남성 건강 인식 개선의 날'을 맞아 한국을 포함한 아·태 5개국의 전립선암 환자 단체들이 연합해 전립선암 질병 현황을 담은 백서를 냈다. 공동 보고서를 낸 까닭은 전립선암 환자가 급증하고 질병 부담이 커졌지만 의료제도적 지원은 제자리걸음이어서 위험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립선암환우건강증진협회가 국내 환자 2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아도 2명 중 1명은 치료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중 3분의 2는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환자 10명 중 7명이 가장 개선이 시급한 부분으로 '치료 및 약제비 지원'을 꼽았다.

국내 전립선암 치료는 호르몬요법이 반응하지 않으면 화학요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대부분 60~70대 이상 고령인 환자들은 화학요법의 부작용을 견디기 어렵다. 최근 부작용을 줄인 2차 호르몬제 신약들이 개발됐지만 화학요법에 실패한 이후에, 그것도 일부 치료제만 급여가 가능하니 사실상 '그림의 떡'이다. 마지막 보루인 치료제마저 선택에 제한이 있는 것이다. 반면 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일본·캐나다 등에서는 이 치료제들에 의료보험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 종합암네트워크, 미국 및 유럽 비뇨기과학회(AUU, EUA)도 이 치료제들을 1차 치료 옵션으로 권하고 있다.

정부가 보건의료 비급여 항목을 줄인다거나 여러 항암제가 추가로 건보 적용을 받게 됐다는 기사를 보면 암 환우로서 반가운 마음이 든다. 하지만 남성 전립선암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먼 나라 이야기다. 사실 전립선암 환우들은 아프고 힘들어도 다른 환우들만큼 큰 목소리로 어려움을 토로하지 못했다. 대부분 고령이지만 치료비가 가계에 부담될까 고민하면서 경제활동을 힘들게 이어가고 있다. 가장으로서 병약함을 드러낼 수 없어 환자임을 숨기는 경우도 많다. 협회 조사에 따르면, 환자 2명 중 1명이 주변에 알리지 않는다고 한다. 직장 등 사회 참여에 제한을 받을까 걱정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목소리를 죽여온 탓일까, 환자들은 전립선암이 정부의 무관심으로 보건의료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소외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표적 남성 질환인 전립선암에 대한 사회적·정책적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이달숙 전립선암환우 건강증진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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